암호화폐 업체가 정식 가상자산사업자로 신고하려고 하는데도 정부가 이를 원천 봉쇄한 상황이 3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신고 요건인 개인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심사를 진행하려면 ‘2개월 이상의 영업 이력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거부하고 있어서다. 업계는 “신규 사업을 하려는데 어떻게 영업 이력이 있을 수 있냐”며 반발하고 있다.

4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초까지 42개 업체가 가상자산사업자 신청을 한 이후 3개월 가까이 신규 접수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달 23일 42개 가상자산사업자 신청 업체 중 29개 업체가 심사를 통과했다고 밝힌 이후로 심사가 사실상 중단된 셈이다. 이는 가상자산사업자 신청을 할 때 필요한 자격 요건인 ISMS를 정부가 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ISMS 인증 기관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지난해 9월 24일 특정금융정보법상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유예기간이 끝난 이후로 ISMS 신청을 받지 않고 있다. 과기정통부 고시에 따르면 2개월 이상 ISMS 심사 기준에 맞춰 암호화폐 관련 사업을 합법적으로 진행한 사실이 확인돼야 KISA가 심사할 수 있다. ISMS는 기존에 영업해온 기업의 개인정보 보안 수준을 평가하는 제도인데, 금융당국이 가상자산사업자의 신고 요건으로 넣은 탓에 벌어진 제도적 모순인 셈이다.

기존에 영업해온 업체도 ‘미신고 불법영업’이어서 신청을 받을 수 없다는 게 과기정통부 방침이다. 지난해 9월 24일 이후 가상자산사업자 라이선스 없이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KISA는 ISMS를 신청하려는 암호화폐 관련 업체에 합법적으로 영업하고 있다는 확인서를 금융당국으로부터 떼어 오라고 요구하고 있다.

결국 미신고 업체들이 가상자산사업자로 신고하려면 ISMS가 필요한데, ISMS를 받으려면 가상자산사업자로 신고하고 와야 하는 처지가 됐다. FIU와 과기정통부는 서둘러 법령 개정에 착수했지만 반년가량 기다려야 신고할 수 있게 됐다. 과기정통부도 영업 이력을 요구하지 않는 수준으로 인증 수위를 완화한 예비인증제도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