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지침 위반·효과-안전성 불확실 논란…환자보호 미흡 지적도"

미국에서 면역억제제 복용 등으로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추가접종(부스터샷) 하고도 항체가 생성되지 않아 당국의 인가 없이 4번째, 5번째 백신을 맞는 사례가 늘고 있다.

"면역체계 손상 미국 환자들, 4·5번째 백신 미인가 접종 중"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의료현장에서 이런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식품의약국(FDA)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규정을 어기는 것일 뿐 아니라 효과나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것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신장을 이식받고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고 있는 스테이시 릭스(49) 씨는 부스터샷을 정부가 허용하기 전에 맞았고 지난 여름에는 4·5차 접종까지 마쳤다고 NYT에 말했다.

그는 1·2차 접종으로 모더나 백신을 맞았으나 항체가 생기지 않아 부스터샷 허가 전인 6월 얀센 백신을 또 맞았다.

추가접종에도 항체가 생기지 않자 의사 소견서를 가지고 지난 여름 화이자 백신으로 4·5차 접종을 받았으며 이후 항체가 생성됐다.

릭스 씨처럼 백신 접종 지침을 어기고 4차, 5차 접종을 받는 사람이 계속 보고되고 있다.

CDC는 지난해 10월 말 면역 저하자는 3번째 접종 후 6개월이 지나면 4번째 접종을 할 수 있게 지침을 개정했다.

4번째 접종 자격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이른 시기는 오는 2월 말이다.

일부 환자와 의사들은 이에 대해 백신 접종 시기를 결정하는 FDA와 CDC가 면역 저하자 등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데 너무 느리게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스라엘은 지난 2일 60세 이상과 의료 종사자들에게 4차 접종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 단위로는 처음으로 광범위한 대상에게 4차 접종을 제공하는 것이다.

릭스 씨처럼 4·5차 접종 후 항체가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일부 면역 저하 환자들은 그들의 상태와 복용 약물에 따라 아무리 백신을 맞아도 면역반응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고 연구자들은 지적한다.

또 항체가 많을수록 보호 효과도 좋은 것으로 보이지만 항체의 양과 보호 효과 간 상관관계는 명확하지 않으며 FDA도 면역력 측정을 위한 항체 검사는 권장하지 않는다.

CDC는 미국 내에 면역 억제 환자가 700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이들 가운데 누가 백신 추가 접종으로 혜택을 볼지는 알 수 없다고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의대 로버트 워치터 박사는 밝혔다.

존스홉킨스대 의대 도리 세게브 박사는 추가 접종이 면역체계를 과도하게 자극하는 등 역효과 위험도 있을 수 있지만, 지금까지 데이터를 보면 추가 접종이 안전하며 일부 환자에겐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NYT는 미인가 4·5차 접종이 법적인 문제를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의사들에겐 승인된 약물을 사용 권고 규정을 벗어나 처방할 재량권이 있지만 코로나 백신의 경우 CDC 규정을 어기면 백신 접종 프로그램에서 퇴출당하거나 기소될 가능성도 있다.

백신을 받아 접종을 시행하기 전 CDC와 규정 준수 서약서에 서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CDC는 앞서 미승인 접종을 해서 잘못될 경우 환자가 문제를 제기하면 보호받을 수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법률전문가들은 정부가 백신 규정 준수를 강제할 수 있는 장치를 거의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규정을 어기더라도 처벌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4차 이상 접종을 받는 사람은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

백신 접종 이력을 속였다며 백신 제공자가 환자에 대해 민사소송을 할 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법률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FDA와 CDC는 규정을 어긴 4차 이상 접종에 대해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