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금융 중심의 역사 톺아본 책 '시장을 뒤흔든 100명의 거인들'

미국 뉴욕시 맨해튼 남부에 위치한 월스트리트(Wall Street)는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이다.

엄청난 규모의 자금이 여기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이곳의 붕괴는 곧 전 세계의 붕괴로 이어진다.

1929년 세계 대공황이 그랬고,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또한 이곳이 근원지였다.

월스트리트를 세계금융 시장의 심장이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렇듯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월스트리트는 하루아침에 등장하지 않았다.

2세기에 가까운 동안 다양한 참여자들이 노력한 결과로 오늘날과 같은 존재가 됐다.

자본주의 태동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투자 귀재들의 혁신과 실수, 지혜와 추문이 이어지며 세계금융의 전설을 만들어냈다.

신간 '시장을 뒤흔든 100명의 거인들'을 펴낸 켄 피셔(72)는 오늘날의 월스트리트를 만들어낸 100명의 인물을 선정해 그들의 업적과 사건, 사생활 등을 풀어냈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가 현재에 전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고찰한다.

요체는 "과거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자는 실패를 반복하게 된다"는 것이다.

유럽의 자본을 미국에 들여와 지금도 전설처럼 여겨지고 있는 '로스차일드 가문',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자본가로 평가받는 'J.P 모건', 미국 최초의 지주회사를 설립한 '토머스 포춘 라이언' 등은 월스트리트라는 판에서 눈에 띄는 존재감을 보이며 여전히 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반면에 월스트리트에서 악몽을 경험한 이들 또한 수두룩하다.

타고난 투기꾼이었으나 권총 자살로 비운의 생을 마감한 '제시 리버모어', 증권업계의 날카로운 감시자에서 교도소 수감자 신세가 돼버린 '제임스 랜디스', 구두닦이 소년에서 영향력 있는 메신저로 성장했지만 결국 투자에 실패하고 만 '패트릭 볼로냐' 등이 그렇다.

선악(善惡)이 개오사(皆吾師)라는 동양의 명언처럼 승패를 떠나 이들은 모두 자본주의의 스승이었다는 게 저자의 관점이다.

그러면서 이들의 인생을 저자 특유의 문체로 풀어내며 그 교훈을 되새겨나간다.

이들의 성공은 세상을 바라보는 현명한 시각이 될 것이고, 이들의 실패는 험로를 피해가도록 도와주는 길잡이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책은 '공룡들', '언론인과 작가들', '투자 은행가와 주식 중개인들', '혁신가들', '은행가와 중앙은행장들', '뉴딜 개혁의 기수들', '사기범, 부정행위자 그리고 불한당들', '성공한 투기꾼, 모사꾼 그리고 수완가들', '실패한 투기꾼, 모사꾼 그리고 수완가들' 등 모두 11개의 장으로 이뤄졌다.

미국의 억만장자 투자자이자 분석가인 저자는 경제잡지 '포브스'에 34년 동안 칼럼을 연재하며 특유의 견해를 제시해왔다.

'포브스'의 90여 년 역사를 통틀어 네 번째 장수 칼럼니스트인 그는 운용 자산이 220조 원에 이르는 세계적 자산운용사 피셔 인베스트먼트의 설립자이자 회장 겸 CEO다.

저자는 책의 도입부에서 "내가 뽑은 100명의 인물은 매혹적이고, 괴짜이며, 거칠고, 때로는 기묘하지만, 강력하면서도 때때로 아주 재미있는 사람들"이라면서 "어떤 형태로든 시장에서 활동하는 사람이라면, 이들의 인생을 통해 어떤 요소가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건·김홍식 옮김. 페이지2북스 펴냄. 760쪽. 3만5천원.
누군가에겐 기회, 누군가에겐 악몽 '월스트리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