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헌정질서 파괴를 저지한 정당행위"
신군부 반대 유인물 만든 대학생, 40년 만에 재심 무죄
1980년 신군부에 반대하는 내용의 유인물을 만들어 유죄 선고를 받았던 대학생이 사망 35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1단독 조양희 부장판사는 계엄령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고(故) 김모(1959∼1986)씨에게 지난달 23일 무죄를 선고했다.

김씨가 1981년 군사 법정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지 40년 만이다.

숙명여대 학생이던 김씨는 1980년 11월 9일 신군부에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3천500만 국민 여러분께'라는 제목의 유인물 약 350여 부를 사전에 검열받지 않고 출판한 혐의를 받았다.

계엄보통군법회의는 이듬해 1월 김씨에게 징역 1년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란 가벼운 범죄에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보류했다가 면소(공소권이 사라져 기소되지 않음)된 것으로 간주하는 판결이다.

재심은 검찰이 지난해 4월 1980년대 계엄법 위반 등 혐의로 처벌받은 민주화 운동가 5명에 대한 직권 재심을 청구하면서 열리게 됐다.

검찰은 당사자나 유족의 동의를 받아 재심을 청구하는데 김씨는 1986년께 지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관할 지자체와 함께 김씨의 유족을 찾았고, 유족은 "잊지 않고 챙겨줘 고맙다.

우리 가족은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동생을 가슴에 묻은 채 지내왔다"며 재심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전두환 등이 1979년 12·12 군사반란으로 군의 지휘권을 장악한 뒤 벌인 일련의 행위는 형법상 내란죄 등 헌정질서 파괴범죄에 해당한다.

이러한 헌정질서 파괴 범행을 저지하거나 반대한 행위는 정당행위로서 범죄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행위는 헌법의 수호자인 국민으로서 헌정질서 파괴 범죄를 저지한 행위로 판단된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