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위스콘신대-리버폴즈에서 한국교류국장으로 일했던 정영수씨(55)는 안씨가 2017년 10월 해당 대학에서 연 '한국의 해' 행사 초청 인사로 현지를 방문했을 때 성폭력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정씨 주장에 따르면 당시 행사 예산 문제로 정씨의 집을 초청 인사들의 숙소로 사용했는데, 안씨는 숙소에 머물던 중 새벽 속옷 차림으로 정씨의 방에 들어왔다는 것이다.
그는 "2017년 10월 2일 새벽 안 선생이 (내가) 잠자고 있던 방에 속옷 차림으로 들어왔다"며 "인기척에 놀라 비명을 지르자 방을 나갔다"며 "안 선생은 잠에서 깨 글을 쓰려는데 불을 어떻게 켜는지, 스탠드(이동식 전등)가 어디 있는지 물어보려 했다고 했으나, 불을 어떻게 켜는지는 집에 오셨을 때 이미 다 설명을 다 드렸다"고 매체 측에 전했다.
정씨는 스탠드를 찾으려는 의도를 가진 사람이 속옷 차림으로 여성 혼자 사는 방에 들어온 것이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행동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해당 사건 이후 안씨는 숙소르 다른 곳으로 옮긴 뒤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이 사건 외에도 안씨가 이메일을 통해 구애를 펼쳐왔다고도 주장했다. 행사 초청을 위해 정씨는 안씨와 이메일을 주고받게 됐는데, 처음에는 글쓰기 지도 등이 주된 내용이었으나 이후 시간이 지나며 안씨의 사랑 고백이 담긴 내용이 추가됐다는 것이다.
정씨는 메일 내용에 대해 "안씨로부터 받은 이메일 중에는 노골적인 성적 묘사가 담겨 성적 수치심, 모멸감이 느껴지는 내용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후 정씨는 지난해 2월 안씨에게 서로 주고받은 이메일과 사건 경위 등을 담은 책을 출간하겠다고 알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가 최근 출간한 '늦사랑 편지1·2'라는 책에는 두 사람이 주고받은 약 300통의 이메일 전문과 이에 대한 정씨의 의견 등이 담겼다.
정씨는 책 출판 배경에 대해 "고통스러웠던 일이 있고서 몇 년이 지났으나 있는 그대로 다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책을 내게 됐다"며 "국제적 명성의 작가가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저지른 폭력이라 생각해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안씨는 정씨의 성폭력 피해 주장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안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속옷 사건'과 관련해 "밤중에 너무 컴컴해 (1층으로) 스탠드(이동식 전등)를 가지러 내려갔고, 이것을 가지고 올라가도 되느냐고 (정씨에게) 물어보니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며 "방문은 열려 있었고, 방에 들어가기도 전이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 여자(정씨)가 정신이 이상한 여자"라며 "5년이 지나고서 (책을 내는 게) 무엇을 노리고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폭로 배경에도 의문을 표했다. 아울러 "자기에게 불리한 것은 (책에) 하나도 집어넣지 않았다"며 "(메일을) 거의 매일 하다시피 했다. 일이 이렇게 진전될지는 몰랐다. 나도 (당시 일을) 설명하기 위해 책을 쓰고 있다. 나중에 책을 보면 상황을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1941년 서울 출생인 안씨는 '하얀 전쟁' '은마는 오지 않는다' 등으로 대중에게 알려졌다. 지난해 1월에는 사색의 문장을 담은 '읽는 일기'를 출간했고, 지난달에는 현인들이 남긴 글을 읽으며 일상을 돌아볼 수 있는 에세이 '성공과 행복에 관하여'를 냈다. 그는 1982년 제1회 한국번역문학상, 1992년 김유정 문학상 등을 받았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