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임인년 새해의 상징 '검은 호랑이'는 상상 속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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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이 검은색인 호랑이는 발견된 사례 없어
검은 줄무늬가 넓은 벵갈호랑이를 흑호로 부르기도
2022년 새해는 '검은 호랑이의 해'로 불리면서 관심을 모은다.
흑호(黑虎), 흑범, 흑호랑이를 언급하는 신년사와 기사가 쏟아지는가 하면 "흑범의 해 소원 성취하세요" "범처럼 대한민국이 강해졌으면 한다" 등 기대 섞인 댓글이 올라온다.
다른 한편에선 샘솟는 흑호랑이의 기운을 제품 판매에 활용하려는 식음료·유통 업체들의 마케팅 열풍도 가열되고 있다.
하지만 검은 호랑이가 실존하는 동물인지에 대해선 아직 공유된 정보가 많지 않은 듯하다.
올해가 '검은 호랑이의 해'라는 건 연도와 날짜, 시간을 계산하는 전통 역법(曆法)인 60갑자에 근거를 둔 말이다.
60갑자는 음양오행을 표시하는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십간(十干)과 열두 동물을 가리키는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십이지(十二支)가 조합해 만들어지는 60개의 간지(干支)를 뜻하는데, 2022년은 그중 39번째인 임인년(壬寅年)에 해당한다.
임(壬)은 우주 만물을 이루는 5가지 원소인 오행(五行) 중 물(水)을, 5가지 방위를 뜻하는 오방(五方) 중에선 북쪽을 상징한다.
동서남북에 중앙을 더한 오방에는 정해진 색상이 있어 오방색이라 하는데 북쪽은 흑(黑)색이다.
여기에 열두 동물 중 호랑이를 지칭하는 인(寅)이 결합해 '검은 호랑이'가 된 것이다.
역법에 따르면 인(寅)이 들어가는 '호랑이해'는 12년마다 돌아오는데 2034년은 청호(靑虎), 그다음은 적호(赤虎), 황호(黃虎), 백호(白虎)가 된다.
단군신화에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두 번의 국내 올림픽 마스코트로 지정된 데서 알 수 있듯, 호랑이는 어떤 동물보다 우리에게 친숙하다.
때론 호환(虎患)을 부르는 공포의 대상이었지만 잡귀와 액운을 물리치는 영물로 숭상됐다.
호랑이 설화나 민담, 민화는 수도 없이 많고 삼재(三災)를 막는 부적에도 쓰였다.
그러나 호랑이가 지닌 민속학적 의미는 풍부한 반면 '검은 호랑이'에 관한 민속학 자료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형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검은색은 중국에서 들어와 토착화한 음양오행설에 근거한 것인데 특별한 민속학적인 의미는 없는 듯하다"며 "검은 호랑이는 10여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십이지 동물에 색깔을 붙이는 유행을 따른 것이지 옛날 표현이나 그림에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검은 호랑이'에 대한 관심은 전통 세시풍속이나 캘린더 이벤트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이를 마케팅과 홍보로 연결하려는 업체들의 노력이 맞물린 최근 트렌드에서 비롯됐다는 의미다.
15년 전인 2007년 때아닌 '황금돼지 해' 열풍이 불면서 관련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출생아 수까지 전년보다 10% 늘었다.
하지만 사실 그해는 정해년(丁亥年)으로 '붉은 돼지 해'였는데 잘못 알려진 것이었다.
진짜 '황금돼지 해'는 그로부터 12년 뒤인 2019년 기해년(己亥年)이었다.
그렇다면 '검은 호랑이'는 실제 존재하지 않는 상상 속의 동물일까?
'백두산 호랑이'로 불린 시베리아(아무르) 호랑이 12마리를 보유한 서울동물원 관계자는 "흑호는 청룡이나 백호처럼 중국 음양오행설에서 유래한 상상의 동물로 안다"고 했다.
2014년 중국 항저우의 야생동물보호센터에서 온몸이 까만 털로 뒤덮인 흑호랑이가 태어났다는 소식이 중국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하지만 이 동물은 호랑이가 아니라 생후 20여일이 지난 재규어 새끼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신이 새까만 '흑표범'이나 '흑재규어'는 야생에서 종종 발견되는데 영어로는 블랙 팬서(black panther)로 불린다.
원래 털에 특유의 무늬가 있지만 유전적 변이로 검은색인 멜라닌 색소가 과다해져 완전히 검은색을 띠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호랑이 중 이처럼 전신이 검은 털로 덮인 개체는 아직 발견된 사례가 없다.
다만 인도에 서식하는 벵갈 호랑이 중 몸통의 검은 줄무늬가 보통의 개체보다 훨씬 넓고 촘촘해서 오렌지색 털이 잘 보이지 않을 만큼 검은색을 띠는 개체들이 최근 발견돼 '흑호랑이'로 불리고 있다.
이들 흑호랑이는 인도 동부 오디샤(옛 오리사) 주(州)의 시밀리팔 호랑이보호구역에 사는데 전체 25~30마리 호랑이 중 3분의 1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올해 논문을 통해 동물학계에 정식 보고됐다.
이항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흑호도 백호처럼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야생 상태에서 생기는데 생존에 도움이 되면 살아남고 그렇지 않으면 도태돼 사라질 것"이라며 "인도에서 발견된 흑호는 오랫동안 유지돼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해당 지역에서 흑호 유전자가 퍼진 데 대해선 유전자 부동, 근친교배, 자연선택 등 3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유전자 부동은 우연한 사건으로 무작위적으로 선택된 개체의 유전자가 후세에 전달돼 번성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일테면 환경 변화로 호랑이 개체 수가 급감하면서 겨우 몇 마리만 살아남게 됐는데 마침 생존한 개체에 흑호 유전자가 있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 살아남은 개체 간에는 보통 근친교배가 이뤄지게 되는데, 이를 통해 흑호 유전자가 무리 속에 더 빨리 퍼지게 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서식지인 시밀리팔은 햇빛이 잘 들지 않을 만큼 울창한 밀림 지역인 탓에 짙어진 검은색이 먹이행동에 유리하게 작용하면서 환경에 의해 자연선택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오렌지색이 아닌 흰색 바탕에 검은 줄무늬가 있는 백호도 처음엔 자연 발생했다.
하지만 흰색이 야생에서 생존하는 데 도움이 안 돼 모두 도태되고 동물원에서만 일부가 살아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항 교수는 "흑표범처럼 아주 새까만 호랑이도 전혀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아직 관찰된 사례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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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검은 줄무늬가 넓은 벵갈호랑이를 흑호로 부르기도
2022년 새해는 '검은 호랑이의 해'로 불리면서 관심을 모은다.
흑호(黑虎), 흑범, 흑호랑이를 언급하는 신년사와 기사가 쏟아지는가 하면 "흑범의 해 소원 성취하세요" "범처럼 대한민국이 강해졌으면 한다" 등 기대 섞인 댓글이 올라온다.
다른 한편에선 샘솟는 흑호랑이의 기운을 제품 판매에 활용하려는 식음료·유통 업체들의 마케팅 열풍도 가열되고 있다.
하지만 검은 호랑이가 실존하는 동물인지에 대해선 아직 공유된 정보가 많지 않은 듯하다.
올해가 '검은 호랑이의 해'라는 건 연도와 날짜, 시간을 계산하는 전통 역법(曆法)인 60갑자에 근거를 둔 말이다.
60갑자는 음양오행을 표시하는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십간(十干)과 열두 동물을 가리키는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십이지(十二支)가 조합해 만들어지는 60개의 간지(干支)를 뜻하는데, 2022년은 그중 39번째인 임인년(壬寅年)에 해당한다.
임(壬)은 우주 만물을 이루는 5가지 원소인 오행(五行) 중 물(水)을, 5가지 방위를 뜻하는 오방(五方) 중에선 북쪽을 상징한다.
동서남북에 중앙을 더한 오방에는 정해진 색상이 있어 오방색이라 하는데 북쪽은 흑(黑)색이다.
여기에 열두 동물 중 호랑이를 지칭하는 인(寅)이 결합해 '검은 호랑이'가 된 것이다.
역법에 따르면 인(寅)이 들어가는 '호랑이해'는 12년마다 돌아오는데 2034년은 청호(靑虎), 그다음은 적호(赤虎), 황호(黃虎), 백호(白虎)가 된다.
단군신화에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두 번의 국내 올림픽 마스코트로 지정된 데서 알 수 있듯, 호랑이는 어떤 동물보다 우리에게 친숙하다.
때론 호환(虎患)을 부르는 공포의 대상이었지만 잡귀와 액운을 물리치는 영물로 숭상됐다.
호랑이 설화나 민담, 민화는 수도 없이 많고 삼재(三災)를 막는 부적에도 쓰였다.
그러나 호랑이가 지닌 민속학적 의미는 풍부한 반면 '검은 호랑이'에 관한 민속학 자료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형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검은색은 중국에서 들어와 토착화한 음양오행설에 근거한 것인데 특별한 민속학적인 의미는 없는 듯하다"며 "검은 호랑이는 10여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십이지 동물에 색깔을 붙이는 유행을 따른 것이지 옛날 표현이나 그림에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검은 호랑이'에 대한 관심은 전통 세시풍속이나 캘린더 이벤트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이를 마케팅과 홍보로 연결하려는 업체들의 노력이 맞물린 최근 트렌드에서 비롯됐다는 의미다.
15년 전인 2007년 때아닌 '황금돼지 해' 열풍이 불면서 관련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출생아 수까지 전년보다 10% 늘었다.
하지만 사실 그해는 정해년(丁亥年)으로 '붉은 돼지 해'였는데 잘못 알려진 것이었다.
진짜 '황금돼지 해'는 그로부터 12년 뒤인 2019년 기해년(己亥年)이었다.
그렇다면 '검은 호랑이'는 실제 존재하지 않는 상상 속의 동물일까?
'백두산 호랑이'로 불린 시베리아(아무르) 호랑이 12마리를 보유한 서울동물원 관계자는 "흑호는 청룡이나 백호처럼 중국 음양오행설에서 유래한 상상의 동물로 안다"고 했다.
2014년 중국 항저우의 야생동물보호센터에서 온몸이 까만 털로 뒤덮인 흑호랑이가 태어났다는 소식이 중국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하지만 이 동물은 호랑이가 아니라 생후 20여일이 지난 재규어 새끼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신이 새까만 '흑표범'이나 '흑재규어'는 야생에서 종종 발견되는데 영어로는 블랙 팬서(black panther)로 불린다.
원래 털에 특유의 무늬가 있지만 유전적 변이로 검은색인 멜라닌 색소가 과다해져 완전히 검은색을 띠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호랑이 중 이처럼 전신이 검은 털로 덮인 개체는 아직 발견된 사례가 없다.
다만 인도에 서식하는 벵갈 호랑이 중 몸통의 검은 줄무늬가 보통의 개체보다 훨씬 넓고 촘촘해서 오렌지색 털이 잘 보이지 않을 만큼 검은색을 띠는 개체들이 최근 발견돼 '흑호랑이'로 불리고 있다.
이들 흑호랑이는 인도 동부 오디샤(옛 오리사) 주(州)의 시밀리팔 호랑이보호구역에 사는데 전체 25~30마리 호랑이 중 3분의 1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올해 논문을 통해 동물학계에 정식 보고됐다.
이항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흑호도 백호처럼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야생 상태에서 생기는데 생존에 도움이 되면 살아남고 그렇지 않으면 도태돼 사라질 것"이라며 "인도에서 발견된 흑호는 오랫동안 유지돼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해당 지역에서 흑호 유전자가 퍼진 데 대해선 유전자 부동, 근친교배, 자연선택 등 3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유전자 부동은 우연한 사건으로 무작위적으로 선택된 개체의 유전자가 후세에 전달돼 번성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일테면 환경 변화로 호랑이 개체 수가 급감하면서 겨우 몇 마리만 살아남게 됐는데 마침 생존한 개체에 흑호 유전자가 있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 살아남은 개체 간에는 보통 근친교배가 이뤄지게 되는데, 이를 통해 흑호 유전자가 무리 속에 더 빨리 퍼지게 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서식지인 시밀리팔은 햇빛이 잘 들지 않을 만큼 울창한 밀림 지역인 탓에 짙어진 검은색이 먹이행동에 유리하게 작용하면서 환경에 의해 자연선택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오렌지색이 아닌 흰색 바탕에 검은 줄무늬가 있는 백호도 처음엔 자연 발생했다.
하지만 흰색이 야생에서 생존하는 데 도움이 안 돼 모두 도태되고 동물원에서만 일부가 살아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항 교수는 "흑표범처럼 아주 새까만 호랑이도 전혀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아직 관찰된 사례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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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