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한 그릇 먹기도 힘들어"…코로나로 '이동권 위축' 어려움도
'시각장애인 패싱' 방역패스…"눈 감고 QR인증 가능하겠나"
"식당에서 QR코드 인증하는 시스템이 제일 어렵죠. 가족이나 친지가 돕는 것도, 항상 같이 다니는 것이 아니니 한계가 있고요.

"
현대옥(61) 씨는 요즘 식당 등에 방문할 때마다 곤욕을 치른다며 한숨을 쉬었다.

카메라의 인식 범위 내에 정확히 QR코드를 갖다 대야 하는 과정이 1급 시각장애인인 현씨에겐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경기도시각장애인연합회 양주시지회장인 현씨는 1일 연합뉴스에 "(제도가) 융통성이 너무 없다"며 "복지카드라도 보여주며 간단히 확인할 수 있게 해주거나 시각장애인에게 다른 방법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들은 제도뿐만 아니라 QR인증 애플리케이션(앱)의 접근성 또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1급 시각장애인인 양남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정책연구원은 "카페나 음식점 등은 사실 혼자서 방문하는 것을 포기해야 할 정도"라며 고개를 저었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모바일 앱 화면을 읽어주는 '보이스오버' 기능이 있기는 하지만, 이조차 네이버·카카오 등의 QR인증 화면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무용지물이 되곤 한다는 설명이다.

시각장애인 웹접근성평가센터 소장인 시각장애인 김병수 씨는 "QR코드와 백신패스는 방역이라는 공리적 목적에서 도입한 것 아니냐"며 "국가가 앞장서서 해주지 않으면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법이 있어도 소용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눈을 감고 QR인증을 하려고 하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하며 "대안으로 가능하던 안심번호 전화도 방역패스 도입 이후엔 식당들 대부분 더는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패싱' 방역패스…"눈 감고 QR인증 가능하겠나"
또 "식당 직원도 (사람들과) 접촉을 꺼리는 경우가 많아 도움을 받기도 쉽지 않다"며 "시각장애인들 사이에선 '라면 한 그릇을 먹으려고 해도 누굴 데리고 가서 밥을 사줘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고 했다.

시각장애인들은 QR코드 문제 외에도 코로나19로 인해 이동의 자유가 축소됐다고 토로했다.

시각장애인 복지관에서 점자를 가르치는 시각장애인 조종수(43) 교사는 "요즘은 엘리베이터 버튼 위에 (방역용) 보호필름을 붙여 놓으니 혼자 다니는 것이 많이 제한된다"고 말했다.

그는 "보호필름 옆이나 위에 본인들이 직접 따로 표시하거나, 눌렀을 때 소리가 나는 엘리베이터면 층수를 눌러보고 아예 계단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며 "점자가 찍힌 부분만이라도 살짝 보이게 틈을 내주기만 해도 좋겠다"고 했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지금과 같은 방역상황이든 아니든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접근성을 가질 수 있도록 명시한 것이 장애인차별금지법"이라며 "미국 등 해외는 이러한 접근성이 법에 따라 보장되게 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를 보장할 법의 규범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