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호 서울대 자연대학장 인터뷰…"학생들 기초과학 포기 안 하게 도울 것"
허달재 화백과 자연대 정신 담은 '매화 찻잔' 만들기도
올 8월 서울대에 천체투영관 들어선다…"꿈의 사다리 되길"
"올해 8월에 28동 재건축이 끝납니다.

2층에 천체 투영관이 들어서는데, 국내 대학 중 최초예요.

"
지난해 12월 30일 서울대 자연대에서 만난 이준호 학장은 손가락으로 벽 너머를 가리켰다.

노후화가 심했던 자연대 28동은 지난해 재건축에 들어갔고, 올 8월 공사가 마무리된다.

이 학장은 "천체투영관은 서울대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며 "과거 예산 문제로 포기했다가 이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아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천체투영관은 천체나 천문 영상 등을 반구형 스크린에 투영해 상영하는 돔형 극장이다.

과천과학관, 밀양아리랑 우주천문대 등에 마련돼 있으나 공군사관학교를 제외한 일반 대학 가운데 천체투영관이 들어서는 곳은 서울대가 유일하다는 설명이다.

이번 천체투영관 건립에 드는 비용은 약 20억원. 이 가운데 10%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번역한 고(故) 홍승수 자연대 명예교수의 배우자 고옥자 여사 측이 기부했다.

이번 재건축에는 이장섭 교수가 주축인 서울대 미대 교수팀도 힘을 보탰다.

이들은 28동에서 쓰이던 라디에이터를 녹여 빛과 시간 등 자연과학의 의미를 담은 3∼3.5m 높이의 조형물을 만들어 설치할 계획이다.

낡은 문고리를 재활용해 자연대를 빛낸 이들에게 전달할 트로피를 제작하고, 나머지 기물들은 전시 형식으로 보존하기로 했다.

이 학장은 "28동 재건축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 미래로 도약하는 느낌"이라며 "서울대 재건축 역사상 과거를 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뿌듯해했다.

올 8월 서울대에 천체투영관 들어선다…"꿈의 사다리 되길"
이 학장은 최근 우리나라 남종화단 대가 의재 허백련(1891∼1977)의 장손이자 제자인 허달재 화백과 협업해 '자연대 매화 찻잔'을 제작했다.

이 학장은 "매화와 자연과학은 비슷한 성질"이라며 "매란국죽 가운데 처음인 매화가 겨울이 끝나기 전에 봄을 알리는 것처럼 자연과학도 새 시대를 열기 전 그 기초를 다지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자연대 고액기부자 등에게 감사의 의미로 전달될 이 찻잔에는 자연대 출신인 김세진 열사(1965∼1986)를 기리는 마음이 담기기도 했다.

김세진 열사는 이 학장과 같은 미생물학과 출신이자 이 학장에 이어 자연대 학생회장을 지내 개인적 인연도 깊다고 했다.

이 학장은 "학내 김세진·이재호 열사 기념비 앞에는 매화나무 두 그루가 있다"며 "허달재 화백의 매화 작품을 보고 이들이 떠올라 찻잔을 구상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에 대한 마음을 담아 찻잔 안내서 제목을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으리오'로 정했다"며 "자연대에 발전기금을 내주시면 절대로 잊지 않겠다는 마음도 포함됐다"며 웃었다.

학교와 자연대에 대한 이 학장의 애정은 학생들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진다.

올 8월 서울대에 천체투영관 들어선다…"꿈의 사다리 되길"
최근에는 지역 봉사 등에 힘쓴 학생에게 각각 장학금 100만원, 30만원을 주는 공로상과 봉사상을 제정했고, 형편이 어려운 취업준비생을 위한 생활 장학금도 마련했다.

복학생과 새내기를 잇는 '역멘토'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복학한 학생 가운데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가 생기자 심리적 지원을 위해 도입한 것이다.

이 학장은 "자연대에 입학한 학생들이 현실적인 제약 등 다른 이유로 자연과학을 포기하지는 않게 하고 싶다"며 "꿈의 사다리를 이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