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신각·홍대 거리 한산…가족·친구와 모여 실내 송년회
올해도 '카운트다운' 없고 한파까지…세밑에도 썰렁한 서울 도심
2년째 이어진 코로나19 사태에 세밑 한파까지 겹친 서울 도심은 연말 분위기가 실종된 모습이다.

코로나 사태 전이라면 새해를 맞는 '제야의 종' 행사로 붐볐을 종각역 일대와 홍대입구 등 번화가는 31일 저녁에도 여전히 한산했다.

손님보다 빈자리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식당과 술집들이 많았다.

추위에 잔뜩 몸을 움츠리고 두툼한 패딩 점퍼에 모자까지 푹 뒤집어쓴 시민들은 간혹 꽃다발이나 케이크 상자, 선물 상자를 들고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특히 평소라면 한 해의 마지막 날을 기념해 회식하는 회사원들이 모여들었을 종각역 젊음의거리는 이날 퇴근 시간이 지난 오후 6시 20분께에도 인적이 드물었다.

거리두기 강화로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하면서 단체 회식은 완전히 사라진 상태였다.

먹자골목 안 식당에도 2명 단위로 앉아 저녁 식사를 하고 있을 뿐, 단체 손님은 없었다.

평소라면 줄지어 나왔을 노점도 추위 탓인지 몇 곳만 장사하고 있었다.

한 곱창집 직원은 "연말연시에는 단체 손님이 많은데 정부에서 오후 9시까지 4명밖에 모이지 못 하게 하니 당연히 사람들이 안 오지 않겠느냐"며 "연말 특수를 기대했는데 예약은 한 팀도 없다"고 했다.

2년째 타종 행사가 열리지 않는 보신각 앞은 새해를 기다리는 인파 대신 '정권교체 요구' 현수막이 자리를 채웠다.

보수성향 단체 턴라이트 등은 '정치교체를 위한 국민 촛불 집회 및 행진' 행사를 이날 오후 8시부터 진행한다.

광화문광장에서도 오후 6시부터 '2021년 코로나 희생자 촛불 추모제'를 진행한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외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올해도 '카운트다운' 없고 한파까지…세밑에도 썰렁한 서울 도심
비슷한 시각 마포구 홍대입구역 주변 먹자골목도 사정은 비슷했다.

영업제한 시간인 오후 9시가 한참 남았는데도 불을 끄고 문을 닫아건 식당들도 있었다.

영업 중인 점포들도 1∼2개 테이블에만 손님이 있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코로나 사태 전에는 젊은이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던 대형 실내포차에도 곳곳의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거리에서 패딩 모자를 뒤집어쓴 채 식당 홍보 전단을 나눠주던 신모(48)씨는 "작년보다도 더 인파가 줄어든 것 같다"며 "코로나가 없던 몇 년 전에는 (이 일대가) 걷기도 어려웠던 걸 떠올리면 지금은 텅 빈 것"이라며 혀를 찼다.

예년처럼 신년 운세가 궁금한 시민들의 발길이 모이는 가게도 있었다.

1천원을 넣으면 열두 가지 띠별로 재물운·연애운을 적은 쪽지가 나오는 '운세 자판기' 앞에는 연인과 친구들이 모여 서로의 운세를 찾아보며 웃었다.

남자친구와 함께 운세를 본 대학생 김소민(21)씨는 "내년에 취업 준비생인 4학년이 되는데 기회가 찾아온다니 꼭 잘 잡아야겠다"며 "졸업 전에는 코로나가 끝나 마음 편히 졸업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다.

올해도 '카운트다운' 없고 한파까지…세밑에도 썰렁한 서울 도심
코로나 감염 걱정과 한파를 피해 '집콕'을 택한 시민들도 많았다.

직장인 한효진(26)씨는 "오늘은 근무가 일찍 끝나서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패딩과 목도리를 기부한 뒤에 바로 집으로 갔다"며 "송구영신 예배도 온라인으로 열리니 어디 나가지 않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려 한다"고 했다.

최성진(30)씨도 "한 해 마지막 날을 또 쓸쓸하게 보내기는 싫지만 밤늦게 밖에 머무르기가 어려우니 자취방에 친구들과 네 명이 모여 조촐하게 송년회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