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증시 10년 만에 최악…글로벌 '유동성 파티'에 홀로 소외
올해 세계 증시가 '유동성 파티'를 즐겼지만 중국발 '규제 공포'에 짓눌린 홍콩 증시는 10년 만에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31일 홍콩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마지막 거래일인 이날 항셍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24% 오른 23,397.67로 마감했다.

하지만 올해 전체로 보면 홍콩 증시는 크게 후퇴했다.

항셍지수는 14.08% 하락해 2011년 이후 10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알리바바 등 홍콩 증시에 상장된 기술주 동향을 반영하는 항생테크지수는 이날 5,670.96으로 마감, 올해만 32.7% 하락했다. 지난 3월 고점(11,001.78)과 비교하면 거의 반 토막 수준이다.

개별 기업으로는 마윈(馬雲)의 설화(舌禍) 사건 이후 중국 당국의 핵심 규제 표적이 된 알리바바의 주가가 올해 50% 가까이 폭락했다. 알리바바보다는 그나마 '부드러운 규제'에 노출된 것으로 평가된 텐센트도 게임 규제 등의 여파 속에서 주가가 20% 가까이 하락했다.

미중 신냉전 와중에 중국 기술 기업의 '상장 메카'로 떠오르는 홍콩 증시의 부진한 성적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 증시가 줄줄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닛케이에 따르면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의 전세계지수(ACWI)를 구성하는 48개 국가·지역의 시장 가운데 미국 등 21곳의 주가지수가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고 주가지수가 하락한 곳은 홍콩과 브라질 등 8개 국가·지역에 그쳤다.

세계적 증시가 풍부한 유동성 덕분에 호황을 누리는 동안 홍콩 증시는 올해 내내 중국발 '규제 공포'에 짓눌렸다.

작년 중국 최고 부호이던 마윈의 규제 정면 비판 후 중국 당국은 작심하고 인터넷 플랫폼을 기반으로 급성장 '신흥 자본가'들과의 관계 재정립에 나섰다.

중국 당국은 반독점, 자본의 무질서한 확장 등 구호를 앞세워 빅테크 전면 규제에 나섰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 기반 다지기 차원에서 부동산·교육·문화·엔터테인먼트 등 거의 모든 사회·경제 영역에 걸친 '개혁'과 '정풍 운동'이 벌어졌다.

이 여파로 기술 분야 외에도 홍콩 증시에 상장한 부동산과 사교육 업체들의 주가도 올해 폭락을 면치 못했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계 위기의 상징인 헝다(恒大·에버그란데) 주식은 올해 92% 폭락했다. 항셍지수 구성 종목인 비구이위안(碧桂園)도 35% 하락했다.

규제의 핵심 표적이 된 대형 인터넷 기업이 거의 상장되지 않은 중국 본토 증시는 '규제 공포'에 따른 충격이 그나마 덜해 마이너스 수익률은 면했지만 미국 등 서방 선진국 증시와 비교하면 성과가 저조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중국 본토 증시의 양대 지수인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성분지수는 올해 각각 4.8%, 2.67% 상승하는 데 그쳤다.

반면 올해 대만 증시는 반도체 호황에 다른 기록적 수출 실적을 등에 업고 급등해 대조를 이뤘다.

대만 증시의 대표 지수인 자취안지수는 올해 23.66% 상승했다. 자취안 지수는 올해 마지막 거래일인 30일 장중 18,291.25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대만 재정부에 따르면 1∼11월 대만의 수출은 4천57억5천만달러로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이 기간 반도체 등 전자제품 수출액은 915억6천만달러로 이미 작년 한 해 전체의 881억2천만달러를 크게 상회했다.

(사진=연합뉴스)


장진아기자 janga3@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