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추덕영 기자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기술 주권을 넘어 기술 패권 시대다. 산업 간 융복합, 디지털 컨버전스가 가속화하면서 산업 판도는 물론 국가 운명을 바꿔놓을 미래 신기술 개발 경쟁이 뜨겁다. 국가건 기업이건 미래 기술을 선점하는 쪽이 모든 것을 독식하는 뉴노멀 시대이기도 하다.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주요국이 반도체, 바이오, 배터리 등 핵심 기술 공급망을 블록(역내)으로 재편하고 있는 것은 승자 독식을 향한 도발적인 선언이다.

한국경제신문은 서울대 공과대학과 손잡고 임인년(壬寅年) 첫날인 1일부터 ‘세상 바꿀 글로벌 퓨처테크 현장을 가다’를 주제로 신년기획을 연재한다. 한경과 서울대 공대는 3개월의 논의를 거쳐 인공지능(AI) 반도체, 소형모듈원전(SMR),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메타버스, 소프트로봇, 차세대 배터리, 미래 가전, 양자컴퓨팅, 플라잉카 등 게임체인저가 될 9개 기술 분야를 선정했다. 약육강식의 무한 경쟁이 펼쳐지는 글로벌 정글을 헤쳐나갈 호랑이 같은 기업을 키워야 국가의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경 특별취재팀은 생생한 취재를 위해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에도 불구하고 연말에 글로벌 신기술 개발 현장을 찾았다. ‘AI 반도체 연구의 성지’ IBM 올버니반도체연구소(미국 뉴욕), SMR 개발의 메카 뉴스케일연구센터(포틀랜드)를 방문한 것은 국내 언론사 중 한경이 처음이다. 세계는 지금 4차 산업혁명이 촉발한 ‘테크워(기술 전쟁)’가 한창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첨단 기술 확보는 필수적이다.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스탠리 휘팅엄 뉴욕주립대 교수는 취재팀에 “공장은 해외에 넘겨주더라도 핵심 기술은 갖고 있어야 한국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인 한국은 AI 반도체 연구개발 역량에서 미국 중국에 뒤진다.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글로벌 기업 세 곳을 보유했지만, 정작 차세대 배터리 분야에선 내놓을 만한 스타트업조차 없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204개 유럽 기업 경영진 인터뷰를 기반으로 작성한 최근 보고서에서 “거대한 파도가 몰려오고 있다. 유럽 기업의 90%가 AI, 양자컴퓨팅 등 딥테크(deep tech·심층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별취재팀장=이건호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