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모델 루시, 쇼호스트 데뷔 / 사진=롯데홈쇼핑
가상 모델 루시, 쇼호스트 데뷔 / 사진=롯데홈쇼핑
연말연시를 맞아 다양한 유통 관련 기업이 메타버스(3차원 가상공간) 마케팅에 한창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 메타버스 유행이 이어지면서 이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는 모양새다.

2일 유통가에서 가장 주목한 곳은 국내 1위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꼽히는 네이버Z의 '제페토'다. 3차원(3D) 아바타로 즐기는 제페토는 전 세계 MZ(밀레니얼+Z)세대의 관심을 끌어모으며 이용자가 2억5000만 명에 달한다. 한국에선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편의점부터 식음료 업계까지 다양한 유통 관련 기업이 제페토에 모인 이유다.
사진=SPC그룹
사진=SPC그룹
편의점 업계가 가장 빨랐다. 지난해 8월 CU가 첫 공식 제휴 편의점 'CU제페토한강점'을 열었고, 이후 3호점까지 점포 수를 늘렸다. GS25는 지난달 전용 맵 'GS25 맛있성 삼김이 왕자'를 열었다.

식음료 업계에선 SPC그룹 계열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배스킨라빈스가 공식 맵 '배라 팩토리'를 오픈하고 차세대 커머스 모델을 시도했다. 사용자들이 맵 내 키오스크를 통해 실제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사용 가능한 할인 쿠폰을 발행 받거나 할인된 모바일 교환권을 구매할 수 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도 오는 16일까지 제페토에서 '보물찾기' 행사를 열어 추첨을 통해 무료음료 쿠폰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연다.

패션업계의 경우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가 '구찌빌라'를 열고 아바타용 상품을 선보여 10~20대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스페인 ‘패스트 패션(SPA, 제조·직매형 의류) 브랜드 자라 역시 지난달 국내 패션브랜드 아더에러(ADER ERROR)와 협업한 'AZ 컬렉션'을 제페토에서도 아바타가 입을 수 있도록 했다.

MZ세대에게 화제가 되는 제페토를 거점으로 브랜드를 알리고 향후 소비자들을 공략하려는 시도다. 해외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가 대표적이다. 제페토에 진출한 구찌는 로블록스에서도 활약하고 있고, 루이비통, 버버리 역시 아바타용 패션을 선보였다.

SPC그룹 관계자는 "추후에는 제페토 아바타를 버추얼 캐릭터로 활용한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진행하는 등 메타버스를 접목한 차세대 커머스 모델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진=로지 인스타그램 캡쳐
사진=로지 인스타그램 캡쳐
또 다른 한 축은 가상인간(버추얼 휴먼)이다. 버추얼(가상) 인플루언서로 활약하고 있는 가상인간을 광고모델로 기용하거나 직접 기획한 기업들이 등장하면서다.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가 선보인 국내 1호 버추얼 인플루언서 '로지'가 주목받은 게 컸다. 지난해 8월 데뷔해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어를 빠르게 확보하며 광고업계 블루칩으로 입지를 굳혔다. 보험사(신한라이프) 광고로 얼굴을 알린 후 다수 기업 광고모델을 맡아 지난해 수익이 10억원을 훌쩍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유통업계에서는 골프복(마틴골프)부터 패션브랜드(질바이질스튜어트·캘빈클라인), 온라인 패션 플랫폼(W컨셉), 편의점(GS25), 먹는 화장품(화애락) 등의 러브콜을 받았다. 정식 광고모델 계약이 아니어도 주무대인 인스타그램의 면면은 화려하다. 수천만원 어치 명품 주얼리(부셰론) 제품을 걸친 사진과 3대 명품 에르메스 전시회에 초대된 사진이 올라와 있다.
사진=롯데홈쇼핑
사진=롯데홈쇼핑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11월 자체 가상인간 '루시'(사진)를 기획해 모델로 데뷔시켰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쇼호스트로 활동할 예정이다.

젊은 소비층이 메타버스와 가상인간에 대한 거부감이 낮고, 새로운 시도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기용하면 따라오는 평판 리스크와 일정 및 컨디션 관리 등에서 자유롭다는 장점도 있다. 버추얼 인플루언서 시장은 지난해 2조4000억원에서 2025년 14조원으로 뛰어 인간 인플루언서(전망치 13조원) 시장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점쳐진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 교수는 "기술의 발달 속에서 성장한 10~20대 소비자는 메타버스와 가상인간에 대한 몰입도가 높다. 가상세계와 현실과의 경계가 낮은 수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