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마트 5층서 택시 추락, 할머니·손녀 사망사고 등 빈발
적성검사 강화, 조건부 면허 도입 등…"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또 고령운전자 사고"…잇따르는 대형사고에 대책 서둘러야
부산에서 70대가 운전하던 택시가 대형마트 5층 벽을 뚫고 추락하는 등 전국적으로 고령운전자 교통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30일 낮 12시 30분께 부산 연제구 연산동 홈플러스 5층 주차장에서 갑자기 택시가 건물 외벽을 뚫고 20여m 아래 도로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신호대기 차량 등 13대가 부서졌고 행인 2명과 차량 탑승자 5명이 다쳤다.

70대 택시 기사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택시는 마트 주차장에서 출발해 3~4초가량을 서행하다 갑자기 빠른 속도로 3초가량 직진하면서 벽을 뚫고 추락했다.

"또 고령운전자 사고"…잇따르는 대형사고에 대책 서둘러야
경찰이 폐쇄회로(CC) TV 영상과 목격자 등을 상대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라 아직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을 고령 운전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근 부산 등 전국에서 고령 운전자 관련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고, 이들 사고는 대부분 대형 인명피해와 연결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고령운전자는 젊은 운전자와 비교해 인지나 반응 능력에서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사고가 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정지해 있는 물체를 파악하는 능력인 '정지 시력'은 보통 40세부터 저하하기 시작해 60대에는 30대의 80% 수준으로 떨어진다.

"또 고령운전자 사고"…잇따르는 대형사고에 대책 서둘러야
하지만 노령인구가 늘어나고 사회가 고령화하면서 고령운전자 관련 사고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지난 22일 부산에서 전통시장 나들이 나선 60대 할머니와 18개월 손녀로 돌진해 숨지게 한 승용차 운전자도 80대였다.

이 운전자는 급발진과 브레이크 오작동 등 차량 결함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다.

19일 서울에서는 70대 택시 기사가 80대 노인을 치고 달아나는 뺑소니 사망사고를 냈고, 이달 8일에는 부산 해운대구 소재 대형마트 3층 주차장에서 70대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이용객이 다니는 출입구 벽면을 들이받기도 했다.

2019년에는 양산 통도사 부근에서 75세 노령자가 운전하던 승용차가 인파를 덮쳐 13명이 사상하는 사고도 발생했었다.

"또 고령운전자 사고"…잇따르는 대형사고에 대책 서둘러야
한국자동차연구원의 산업동향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11만4천795건으로 전체 교통사고의 10.5%를 차지했다.

이는 2016년 8.1%와 비교해 2.4%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가해자가 고령 운전자인 경우도 지난해 23.4%로 2016년 17.7%보다 5.7%포인트 늘었다.

현재 고령운전자 사고를 막기 위한 단기 대책으로 운전면허 반납 인센티브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해마다 면허 반납률은 떨어지는 추세다.

경찰은 중장기 대책으로 관련 용역을 진행해 고령운전자를 대상으로 하는 조건부 운전면허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자율 주행 등 자동차 산업 여건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고령 운전자 관련 대책을 좀 더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최근 (고령자 운전) 적성검사 기간을 짧게 하는 등 여러 가지 진단 방법이 도입되고 있는데 그와 결부한 조건부 운전면허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고령운전자 사고"…잇따르는 대형사고에 대책 서둘러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