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갈치 산지인 제주도에서도 ‘갈치 통구이’를 맛보기 어려워질 만큼 갈치가 안 잡히고 있다.로컬(지역) 맛집에서는 큼지막한 갈치 한 마리를 통으로 구워내곤 했지만 이젠 수급이 어려워져 메뉴판에서 사라질 정도다. 제주도로 여행을 떠난 직장인 이모 씨는 몇 년 전 갔던 갈치구이 맛집을 다시 찾았지만 “이젠 팔지 않는다”는 주인의 답변을 들었다. 다른 식당에서도 갈치구이를 주문했지만 수입산 갈치만 취급했다.9일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전국 갈치 위판량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는 제주도 내 7개 수협 가운데 주요 위판 어종인 5개 수협(서귀포·성산포·제주시·모슬포·한림수협) 지난해 위판량은 전년(2023년) 대비 10~40%대 급감했다. 감소폭은 수협마다 조금씩 달랐지만 모두 두 자릿수를 기록할 만큼 확연한 감소세다.제주뿐 아니라 전국 수협 갈치 위판량 또한 2023년 5만2000t에서 2024년 3만5000t으로 32.7% 줄었다. 주요 산지인 이들 제주 지역 5개 수협에선 올해 들어서도 지난달 말까지 갈치 위판액이 전년 동기 대비 128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주로 여름철에 많이 잡히는 갈치의 적정 서식 온도는 25도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역대급 폭염이 덮친 지난해 여름 한때 제주 해역 표층 수온이 30도를 웃돌 만큼 뛴 여파에 어획량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조합 관계자는 “작년부터 갈치 어획량이 많이 줄어 어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지구온난화로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서 갈치 자원 자체가 감소한 것 같다”고 말했다.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올 봄 예년보다 더디게 찾아오는 봄 날씨로 '봄꽃축제'를 치르는 지방자치단체들은 비상이 걸렸다.9일 전남 광양시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제24회 광양매화축제'가 개막했지만 매화의 개화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했다.이는 지난해 개막 당시 개화율인 30~40%와 비교하면 크게 떨어지는 수준이다. 광양 매화마을은 해마다 이맘때쯤 백매화와 홍매화, 산수유 등 만개한 봄꽃들을 맞았다. 하지만 최근까지 기승을 부린 추위로 꽃들이 미처 피지 못했다.지난 1일 개막한 경남 양산의 원동매화축제도 결국 '꽃 없는 꽃 축제'를 치렀다. 전남 순천시는 매화 축제 일정을 두 차례 연기한 끝에 지난 8일 개막했다.지난해까지 2년 연속 '벚꽃 없는 벚꽃축제'를 치른 서울 자치구들도 '비상'이 걸렸다.2년 전 유독 빨리 피어버린 벚꽃에 서울은 물론 각 지자체들은 벚꽃이 다 지고 난 뒤 벚꽃 축제를 열었다. 이에 지난해 봄 자치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벚꽃축제 기간을 개화 예상 시기에 맞춰 약 일주일 가량 앞당겼는데, 꽃샘추위가 길어진 탓에 축제 기간 동안 꽃 자체를 구경하기 어려웠다.올해도 서울 자치구들은 봄꽃 축제 날짜 선정에 고심 중이다. 지난달에만 북극한파가 두 차례나 닥쳤고, 이달 초에는 눈까지 내리는 등 추위가 좀처럼 가시질 않아서다.서울의 봄을 상징하는 '여의도 봄꽃축제'를 여는 영등포구는 내달 2일로 축제 개막 날짜를 정했지만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석촌호수 일대에서 벚꽃축제를 여는 송파구는 이번 축제 주제를 벚꽃에 한정하지 않았다. 다양한 즐길거리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발레라는 장르가 유명해지긴 했지만, 발레 피아니스트라는 직업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시는 분이 많아요. 네덜란드국립발레단의 발레 피아니스트가 된 사례를 기록하게 돼 뿌듯합니다."지난 1일 네덜란드국립발레단에 첫 출근한 발레 피아니스트 서민정(33)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선화예술중·고교를 졸업하고 경희대와 서울대에서 피아노를 공부한 그는 직전까지 유니버설발레단에서 활동했다. "어렸을 때 저는 그냥 피아니스트가 아닌, 발레 피아니스트를 꿈꿨어요. 하지만 국내에서 발레 피아니스트가 되는 문은 너무 좁고, 공연장이나 연습실에서 연주자의 위상은 그다지 높지 않은게 현실이기에 해외로 눈을 돌렸습니다."네덜란드국립발레단은 60여년의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발레단이다. 다양한 국적의 춤꾼들이 모여 무대에서 각양각색의 매력을 발산하는 컴퍼니로 꼽힌다. 레퍼토리가 클래식과 네오클래식, 컨템퍼러리 등 다양하게 구비돼 있고, 전설적인 유명세를 갖고 있는 한스 판 마넨이 상임 안무가로 활동 중이다.서민정은 어렸을 때 발레 학원에 다니던 언니를 따라 연습실에 갔을 때부터 발레 피아니스트가 되기로 맘 먹었다. 선화학교에 다닐 때에도 그 꿈은 변함없었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 선화예술고등학교의 발레 피아니스트로 임용되기도 했다. 그 때 교실에서 만난 학생들이 마린스키발레단 입단 예정인 발레리노 전민철과 로잔 콩쿠르 3위 후 네덜란드국립발레단에 입단해 얼마전 정단원으로 승급한 발레리나 박상원 등이다. 이후 실력을 인정받고 유니버설발레단의 피아노 연주자로 발탁돼 프로 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