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곳곳 먹자골목 소등 시위…내달 4일 집단휴업도 예고
화난 자영업자들 간판 조명 껐다…"현실적인 보상해야"
사건팀 = "밤 9시면 영업 끝나는데 요새 누가 밥 먹으러 와요? 종업원들도 밥 굶게 생겼는데."
어둑해질 무렵 찾은 강남구의 한 호프집은 간판 조명을 켜지 않은 채 영업하고 있었다.

손님 없이 홀로 가게를 지키던 종업원은 이렇게 말했다.

가뜩이나 한산한 거리의 분위기가 더욱 을씨년스러워 보였다.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6개 소상공인 단체로 구성된 코로나 피해자 자영업 총연대(코자총)는 27일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정부의 방역 대책에 반발하는 차원에서 집단 소등을 감행했다.

업체별로 자율적인 참여를 원칙으로 이뤄진 소등이지만 종각, 강남, 광진구 구의동 등 곳곳에서 꽤 많은 자영업자가 참여했다.

코자총은 전국에서 30만 곳 이상이 동참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특히 광진구 구의동 먹자골목은 가게들이 대부분 소등한 분위기였다.

자영업자들은 거리두기 재강화와 방역패스 적용 확대에 대한 비판은 물론 이날부터 정부가 지급한 방역지원금 100만 원에 대한 불만까지 두루 쏟아냈다.

구의동 먹자골목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이용도(60)씨는 "다들 자발적으로 소등한 거다.

그동안 마음은 다 있었는데 표출을 못 했을 뿐"이라며 "솔직히 주변 자영업자들 다 극단적 선택을 하게 생겼다.

지원금 나와봤자 한 달 임대료도 안 된다.

현실적으로 보상을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모 씨도 "이렇게라도 항의하는 게 맞는 것 같아서 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반항이다.

다른 단체면 굉장한 집단행위가 나왔을 텐데 우리가 경제 단위에서 제일 약자라 이렇게라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코자총의 민상헌 대표는 전국적으로 돌아가며 집회를 했지만 요구는 관철되지 않았다면서 이날 소등 시위에 이어 다음 달 4일 집단 휴업을 하고, 그래도 정부 정책이 전향적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정책 불복종까지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화난 자영업자들 간판 조명 껐다…"현실적인 보상해야"
강남에서 찜닭을 파는 60대 변모 씨도 종업원 한 명과 함께 간판을 소등한 채 우두커니 앉아있었다.

그는 "위드 코로나로 11월에 반짝 좋아지려 했는데 연말 대목을 완전히 놓쳤다"면서 "100만 원 찔끔찔끔 지원은 반갑지도 않다.

동냥을 주는 것도 아니고, 영업을 잘되게 해줘야 할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그나마도 없는 손님을 붙들기 위해 쉽사리 불을 끄지 못하는 사장들도 종종 있었다.

종로구에서 한 주점을 운영하는 사장 박모(55) 씨는 "정부 방역 지침에 저항하는 의미로 간판 불을 끄자는 협회 문자는 받았지만 간판마저 끄면 없던 손님마저도 발길을 끊을까 싶어 도저히 못 끄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100만원은 매출이 급감한 이 시점에 큰 도움도 안 되고 미래 세대에 빚을 남긴다는 생각에 마음만 무겁다"고 덧붙였다.

서촌도 상황은 비슷했다.

대로 인근 곱창집과 주점은 대부분 간판을 켰지만 골목 안쪽 가게들은 끈 곳이 많았다.

20석 규모의 어묵바를 홀로 지키고 있던 A(55)씨도 소등 시위에 동참했다.

그는 "주말에 마트에 가면 손님이 미어터지는데 그런 대기업 업종은 건드리지도 않고 연말연시에 자영업자만 장사를 못 하게 하니 울분이 터진다"고 했다.

9년째 빈대떡 장사 중인 윤을수(65)씨는 "공동사업자로 등록된 가게는 절차가 복잡해서 100만원 지원금도 2개월 정도 늦게 나온다고 한다"며 손실에 맞춰서 보상해주겠다지만 믿을 수가 없다.

지난번 보상금은 임대료도 안 됐다"고 푸념했다.

(김치연 임성호 윤우성 이승연 조다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