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덮친 2년. 대기업 대졸 채용시장에선 공개채용이 서서히 사라졌다. 기업들이 수시채용으로 전환하면서 4년제 대학 취업률은 65.1%로 10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비대면 플랫폼기업들이 성장하면서 IT개발자는 없어서 못 뽑는 '귀한 몸'이 됐다. 기업 취업문이 막히자 구직자들은 공무원·공기업으로 몰린 한 해였다. 다사다난 했던 2021년 취업시장을 되돌아봤다.
주요대기업들이 공채를 잇따라 폐지하고 있다. 5대그룹 가운데는 삼성만 유일하게 공채를 유지할 뿐이다. 사진은 올해까지만 공채를 통해 신입사원을 뽑겠다고 밝힌 SK그룹의 10월중순 하반기 대졸공채 필기시험의 모습이다.
주요대기업들이 공채를 잇따라 폐지하고 있다. 5대그룹 가운데는 삼성만 유일하게 공채를 유지할 뿐이다. 사진은 올해까지만 공채를 통해 신입사원을 뽑겠다고 밝힌 SK그룹의 10월중순 하반기 대졸공채 필기시험의 모습이다.
◆대기업 대졸 공채의 종말
주요 대기업들은 대규모 공채를 없애거나 줄이고 수시채용으로 전환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19년, LG·KT그룹은 지난해부터 수시채용을 실시했다. 롯데그룹도 올해부터 수시채용 대열에 합류했고, SK그룹도 사실상 올해를 끝으로 공채를 없애기로 했다. 5대그룹 가운데 삼성만 유일하게 공채를 유지할 뿐이다. 10대그룹 가운데선 포스코·신세계가 공채를 통해 신입사원을 뽑고 있지만, 채용규모가 적다. 취업사이트 인크루트에 따르면, 2019년 60%였던 대졸공채 규모는 올해들어 29.4%로 쪼그라들었다. 대신, 수시채용은 25.4%에서 58.8%로 크게 늘었다. 수시채용으로 100명이상 대규모 채용을 하는 기업도 23.3%에서 7.4%로 낮아졌다.
대기업 공채의 종말, 억소리나는 개발자 유치전, 성과급 논쟁…
◆대학 취업률 65.1% '10년래 최저'
지난해 대학·대학원 졸업자 취업률이 65.1%로 10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교육부가 27일 전국 대학과 일반대학원의 2020년 2월 및 2019년 8월 졸업자 55만3521명을 대상으로 파악한 결과, 취업률은 지난해(67.1%)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계열별로 살펴보면 문과생의 타격이 컸다. 인문계열(53.5%)은 전년도 대비 2.7%포인트, 사회계열(60.9%)은 2.5%포인트 하락했다. 의약계열(82.1%), 공학계열(67.7%)은 다른 계열보다 비교적 취업률이 높았지만, 이 역시 전년도 대비 떨어졌다. 수도권 취업률은 66.8%로, 비수도권 취업률인 63.9%보다 2.9%포인트 높았다. 성별 간 취업률 격차도 매년 더 커지고 있다. 여성 졸업자 취업률은 63.1%로, 남성 졸업자(67.1%)보다 4.0%포인트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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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소리나는 IT개발자 영입 전쟁
'변호사보다 잘 나가는 개발자' 올해 1년내내 국내 IT·게임업계의 개발자 영입 경쟁은 전쟁이었다. 네이버·카카오의 채용 경쟁에 당근마켓·토스 등 신흥 스타트업이 가세하더니,넥슨·크래프톤 등 게임사에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까지 뛰어들었다. 개발자들의 몸값도 덩달아 올랐다. 신입 개발자 초봉은 5000만원이 기본이다. 크래프톤은 신입 개발자에게 6000만원을 주겠다고 선언하는 등 연봉경쟁도 가열됐다. 네이버는 신입 개발자 공채를 연2회 정례화하고 경력직 개발자 채용을 매월초 진행키로 했다. 직방은 우수 개발자 영입을 위해 사이닝 보너스 1억원을 제시하기도 했다. 엔씨소프트는 이에 나아가 우수인재 영입을 위해 '신입사원 초봉 상한제 폐지'를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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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채용'공무원·공기업으로 몰렸다
올해 국가공무원(5급,외교관후보자,7급,9급) 최종선발인원은 6904명이었다. 당초 6825명보다 많았다. 이는
1981년 이후 40년만에 가장 많은 인원이었다. 민간기업이 취업문을 잠그자 구직자들은 공무원과 공기업으로 몰렸다. 공시생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9급 공채시험에는 15만 6311명이 몰려 27.7대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올해 공공기관 340곳의 신규채용 규모는 모두 2만6554명이었다. 이 또한 역대최대 규모다. 한국조폐공사, 가스안전공사,한국중부발전 등의 사무직 입사 경쟁률은 평균 500대1을 넘었다.

◆메타버스·라방·줌…채용설명회의 진화
코로나19로 기존 오프라인 채용박람회가 막히자 온라인 채용박람회를 통해 채용설명회가 열렸다. 특히 올해는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이 대세였다. 9월초에는 주요 대학들이 공동으로 메타버스 공동 채용설명회를 개최했다. 현대자동차, LG, 롯데, 동원 등 주요기업들도 수시채용을 하면서 메타버스를 활용한 온라인 채용설명회를 열었다. 홈쇼핑 기업들은 라이브방송 채용설명회를 열어 학생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삼성은 유튜브에 각 기업별,직무별 구직자들이 궁금한 내용을 올려 인재들에게 채용정보를 제공했다. 이밖에 금융권 공동채용설명회, 국가공무원 설명회, 과학기술 정부출연기관 공동채용 박람회, 바이오헬스기업 채용박람회 등도 모두 온라인을 통해 진행했다.

◆'검증후 선발'채용형인턴이 대세
KT는 올해 3월 IT기술(SW개발,IT설계,IT보안,ICT인프라), 마케팅&세일즈(유통채널관리, Biz영업) 2개 분야로 채용형인턴을 진행했다. 5월에도 GS리테일, 아모레퍼시픽, 동원, 한국콜마, 엔씨소프트 등이 잇따라 인턴십 채용을 통해 선발했다. 기업들은 4~8주까지 지원자를 일단 검증한 후 신입사원으로 뽑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현업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지원자의 업무능력과 일에 대한 열정 등을 평가해 최종 임원 면접의 기회를 주는 방식이다. 인크루트에 따르면, 기업 5곳중 한곳은 채용형인턴을 통해 신입직원을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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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AFY·SK하이파이브…직접 교육시켜 뽑는다
삼성은 지난 11월 8일 '삼성청년SW아카데미(Samsung Software Academy For Youth,·SSAFY)' 7기 교육생 모집을 마감했다. 모집인원은 1150명. SSAFY인재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모집인원을 대폭 확대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분야 인재 육성을 위한 '청년 하이파이브'프로그램을 직무교육만 분리해 별도 교육과정을 신설했다. 기존 연간 300명 교육생에 별도 과정을 추가해 연 400명에게 교육훈련 기회를 제공했다. KT는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DX)분야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에이블 스쿨(AIVLE School)' 을 개설했다. 3년간 3600명을 육성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AI·빅데이터 과정 인프라 증축을 통해 현재 연 200명인 교육인원을 2022년부터 연 300명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들 4개 기업에서 선발하는 인원은 연간 4500명 수준이다. AI·SW인재 구인난에 처한 기업들이 직접 인재 육성에 나선 해였다. 네이버·우아한 형제들 등의 기업들도 자체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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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점 감축 은행, IT디지털 인력만 채용
모바일 뱅킹이 대세가 되면서 시중은행들은 올 상반기에만 지점 50여개를 폐쇄했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2016년말 7100개였던 은행 점포는 지난해말 6404개로 감소했다. 지점 축소는 은행채용에도 영향을 줬다. 2018년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농협 기업은행 등 6곳의 신입 채용은 3425명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이들 6곳은 1458명만 선발했다. 2000여명 채용을 줄인 것이다. 채용도 지점 일반직 채용에서 벗어나 IT 디지털 인력 중심으로 채용이 바뀌고 있다. 카카오뱅크·토스뱅크 등 커지는 인터넷은행과 대응하기 위해서다. 디지털 인재를 뽑기위해 농협은행은 6월 첫 디지털분야 채용형인턴을 뽑기도 했다. 디지털 인재를 두배이상 뽑겠다고 선언한 우리은행은 선발자들에게 KAIST 디지털 금융 경영학석사(MBA) 과정 등 파격적인 혜택을 주겠다고 밝혔다. 카뱅·토뱅은 설립 4년만에 인력이 1000명을 넘어섰다.

◆SK하이닉스서 터진 성과급 논쟁
올해 초 성과급 논란에 불을 댕긴 건 SK하이닉스였다. 1월28일 발표된 연봉 20% 수준의 성과급에 한 4년차 직원은 2만9000여명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공개적으로 성과급 지급 규모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최태원 그룹회장은 SK하이닉스 연봉을 반납하겠다고 선언했고, 이석희 당시 하이닉스 사장은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SK하이닉스에서 촉발된 성과급 논쟁은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네이버, 카카오 등 고임금 대기업 화이트칼라 MZ세대들에게도 영향을 줬다. MZ세대들이 회사내에서도 주요 직무를 맡기도 했다. 네이버 한성숙 대표의 뒤를 이을 차기CEO는 1981년생 최수연씨가 낙점되면서 또 한번 한국사회를 놀라게 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