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회 조례안, 업무 떠넘기기 논란 속 폐기 전망
지하철 임신부석 단속도 경찰 업무?…법제처 "법 위반"
지하철 임신부 전용석에 임신부가 아닌 승객이 앉아 있을 때 경찰이 조치할 수 있도록 해 논란이 된 인천시의회 조례안이 상위 법령 위반이라는 법제처 판단이 나왔다.

27일 인천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청은 인천시의회가 지난 8월 발의한 '인천시 대중교통 기본 조례안'이 타당한지 검토해 달라고 법제처에 의뢰했다.

신은호 인천시의회 의장이 발의한 이 조례안 제6조 3항에는 '지하철경찰대는 전동차 순찰 시 임신부 외 승객에게 임신부 전용석을 비워두라고 권고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논란이 일었다.

조례안 내용이 알려지자 현직 경찰관들로 구성된 인천경찰청 직장협의회는 즉각 반발했다.

인천경찰청 직협은 "인천시의회가 지하철 운영 주체나 지방자치단체 업무를 지하철경찰대에 떠넘기는 조례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법제처는 경찰청의 요청에 따라 해당 조례안을 검토한 끝에 지방자치법과 경찰법 등 상위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법제처는 "자치경찰 사무에 교통활동에 관한 업무도 포함된다"면서도 "하지만 인천시의회 조례안은 경찰법과 자치경찰 규정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 자치경찰 사무로 규정할 수 없다"고 전제했다.

이어 "임신부 등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를 높이는 계획을 수립·시행하는 자는 국토교통부 장관과 광역시장 등이며 이동 편의 시설의 설치나 관리도 교통수단의 사업자를 지도·감독하는 중앙행정기관장과 지방자치단체장"이라고 해석했다.

법제처는 이동 편의 시설인 임신부 전용석을 관리하는 업무가 주민들의 생명이나 신체를 보호하는 경찰 업무와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법제처는 "교통행정기관이 해야 할 사무를 지하철경찰대에 맡기는 것은 지방자치법과 경찰법 등 상위 법령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인천시의회 조례안은 논란이 일자 올해 9월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고 보류됐다.

인천시의회 관계자는 "법제처의 판단을 받아들인다는 입장이고 조례안을 재상정할 계획도 없다"며 "8대 시의회 임기가 끝나면 해당 조례안은 자동 폐기된다"고 말했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지자체의 조례도 법 테두리 안에서 만들어져야 한다"며 "앞으로는 소모적인 논쟁을 줄이고 자치경찰이 잘 운영되도록 지자체나 시의회와도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