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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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언론에선 중국위기론이나 금융위기론이 쏟아지고 있지만 중국증시에는 자금이 몰리고 있습니다. 월간 기준으로 지난 24일까지 중국증시로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743억 위안(약 13조원)으로 집계됐습니다. 2014년 11월 후선강통 개통 이후 월별로 최대 순유입을 보이고 있습니다. 월별 직전 최대 유입액은 2019년 12월의 730억 위안입니다.

내년 세계경기가 하강 국면에 들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극복하기 위한 무한대의 돈 풀기의 후유증입니다.

월가에는 '돈 뿌리면 죽은 고양이도 튀어 오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각국의 정부는 바이러스를 백신으로 잡는 것이 아니라 돈으로 막았습니다. 미국을 필두로 전 세계가 경쟁적으로 돈풀기를 했고, 덕분에 경기회복은 시켰습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자 이제 미국을 필두로 통화단속과 금리인상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악마는 약한 놈부터 잡아 먹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1980년대 이후 금융의 역사를 보면 미국이 금리 인상하고 돈줄 조이면 재정상태가 취약한 나라, 외환수급이 원할하지 않은 나라부터 금융위기가 찾아왔습니다.

미국은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를 시작으로 내년 본격적인 금리인상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돈줄'을 조이면 전 세계가 따라 갈수 밖에 없습니다. 이미 터키에서 화폐가치 폭락사태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젠 무한대로 풀어둔 '돈의 저주'가 도래할 시기입니다.

미국, '돈' 수도꼭지 잠그고…중국은 풀어

최근 중국증시로 외국인자금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은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지만 돈은 반대로 낮은 데서 높은 데로 흐릅니다. 미국과 중국의 금융정책이 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미국은 잠그고 중국은 풀고 있습니다.

중국은 코로나19 발병국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사회 통제력으로 가장 먼저 코로나19를 안정화 시켰습니다. 덕분에 가장 먼저 경기회복을 했고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했습니다.
월별 외국인자금 순유입추이(단위 억 위안). /자료=중국증감원
월별 외국인자금 순유입추이(단위 억 위안). /자료=중국증감원
중국은 작년 통화증발과 부채증가를 통해 코로나19의 충격을 막아 냈습니다. 당시 중국은 겉으론 '조기 긴축은 없다'고 언급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우려해 통화긴축과 부채비율 축소에 들어갔습니다.

그 영향으로 헝다그룹 같은 일부 부동산기업의 도산 사태가 발생했지만 중국정부는 아랑곳 하지 않고 통화증가율 축소와 대출규모 축소를 통해 부채비율을 낮췄습니다. 중국은 선제적인 긴축 덕분에 내년 긴축 완화를 할 여유가 생겼습니다.

중국은 코로나19 변이 확산과 함께 내수 경기부진으로 경기 하강이 빨라지자 이달 들어 지준율 인하 등의 조치를 취했습니다. 또 금융 완화조치, 일부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규제도 일부 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달 8~10일에 열린 2022년 경제의 방향을 결정하는 '경제공작회의'에서는 경기 하강을 막기위한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완화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외국인, 증국증시서 어떤 종목 담았을까

중국 위기론, 붕괴론 등의 말이 있지만 정작 중국은 위기론과 거리가 멀었습니다. 중국은 여전히 미국과 싸우며 세계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 경제의 현 상황을 서방국가 언론과 미디어를 통해서 접하면 잘못된 정보를 습득할 수 있습니다.

중국 경제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서방 미디어의 붓끝이나 서방 정치인의 입을 볼 것이 아니라 돈이 가는 방향을 살펴봐야 합니다. 또 중국의 어떤 분야가 향후 핵심이 될 것인지도 중국 정부의 정책을 꼼꼼히 살펴봐야 지 어설픈 '카더라' 정보에 혹하면 잘못된 지식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시장은 시장에게 물어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 중국증시의 향방은 외국인의 자금이 쥐고 있습니다. 외국인들이 사는 주식이 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습니다. 외국인들은 중국증시에서 어떤 주식을 사고 팔고 있을까요.
연도별 외국인자금 순유입추이(단위 억 위안). /자료=중국증감원
연도별 외국인자금 순유입추이(단위 억 위안). /자료=중국증감원
중국의 유망산업을 찾으려면, 중국의 '2021년 경제공작회의 공보'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의 내년 재정, 금융정책의 기조를 보면 확장적 재정정책과 금융통화정책 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내년에는 경기 하강에 대응해 사회기반시설사업(SOC) 투자를 중심으로 한 재정지출 확대로 내수부진을 보완할 계획이다. 나아가 △지준율 인하 △금리 인하 △통화량 △대출증가율 규제 등을 풀어 시장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이달 중국증시에 사상최대 규모의 자금을 쥐고 들어온 외국인들의 순매수 종목들을 보면, 경기 하강 국면에서 그간 주가가 많이 하락한 저평가된 '소비주'를 사들이고 있습니다. 또 정부가 목숨 걸고 육성하는 전기차,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산업주도 매집하고 있습니다

앞서 중국정부는 2021년 경제공작회의 공보에서 내수 확대와 함께 대외개방의 지속을 언급했습니다. 또 자본의 무분별한 확장은 제한하겠지만 증시 통한 첨단·신성장산업의 자금조달은 더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스파이더맨' 바이든 등장…중국 봉쇄 전략은?

최근 몇년간 강한 외교정책과 함께 세계 3대 스트롱 맨으로 꼽히던 인물들이 있습니다. 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과 아베 일본 전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낙선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수장이 됐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직접 몽둥이 들고 휘두르는 '슈퍼맨 스타일'이라면 바이든은 포위망을 쳐서 먹이를 잡는 '스파이더맨' 타입 입니다.

미국이 몽둥이 스타일의 스트롱 맨을 버리고 스파이더맨 바이든을 대통령으로 선택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는 미국의 최대 관심사는 인플레이션도, 코로나19도 아닌 바로 중국이기 때문입니다.

무역적자 2000억 달러 축소를 목표로 중국을 압박했던 트럼프는 무역전쟁에서 말 대포만 쏘았지 실속이 없었습니다. 1단계 무역합의는 60%만 지켜졌고 중국의 무역흑자는 다시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월마트에서 파는 물품의 46%가 '메이드인 차이나' 입니다. 미국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의 아이폰도 미국에서 만들지 않고 중국에서 만들어 온다는 것을 너무 낮게 평가했습니다. 관세폭탄의 끝은 중국의 좌초가 아닌, 미국의 물가상승을 불러오는 역효과를 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1979년 중국과의 수교 이후 40여년간 상원의원, 상원외교위원장, 부통령의 자격으로 마오쩌둥을 제외한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 국가주석과 교류해본 인물입니다. 미국정가의 당대 최고의 중국통(中国通)입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인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세계의 공장인 중국을 과소평가했습니다. 미국 집단지성의 바이든 선택은 중국을 다루는데 '손자병법'을 쓴 것입니다.

바이든 집권 이후 트럼프가 난리 쳤던 통상문제, 관세부과는 언급조차 없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무역전쟁 대신 '기술전쟁'으로 전략을 바꿨습니다.

중국을 직접 때리는 것이 아닌 미국, 영국, 호주의 대(對)중국 안보 동맹 오커스(AUKUS)와 캐나다와 뉴질랜드를 포함한 정보 동맹 '파이브 아이즈'와 중국 위협설을 고취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 호주, 인도와의 협의체인 쿼드(Quad)를 통해 중국을 포위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반도체, 배터리, 의약품, 희토류 동맹을 통해 중국을 기술봉쇄 하는 전략도 구사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기술의 원천봉쇄에 내몰리면서, 당장 화웨이라는 중국의 1위 IT 기업이 스마트폰사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1위 반도체기업인 SMIC는 10nm이상의 공정에 사용되는 첨단장비를 구하지 못해 첨단공정은 손도 대지 못하고 있습니다.

'개 피해 산으로 갔다가 늑대를 만난다'는 말이 있지만 중국이 바로 그런 상황입니다. 트럼프라는 산을 넘었더니 바이든이라는 큰 강을 만난 것입니다. 스트롱 맨 시진핑은 바이든의 노회한 포위작전, 기술봉쇄전략에 속수무책입니다. 미국의 전략변화에 중국도 숨 죽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내년 미국은 중간선거…중국은 당대회 열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말이 있지만 정치인에게는 대의는 멀고 표는 가깝습니다. 당장 다음 선거에서 낙선하면 대의고 백년대계고 간에 모두 무용지물이 되고 맙니다.

그래서 표심에 목숨 걸어야 하는 정치인들이 입으로는 국가의 백년대계를 언급하지만 실제 행동은 자신의 입지에 더 신경 쓰는 전략을 쓸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올해 소강 상태였던 미국과 중국 간의 전쟁, 내년에는 어떻게 될까요. 두 국가가 본격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은 중간 선거가 있고 중국은 5년마다 한번 열리는 당대회가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중국이 화해무드로 가는 것이 온 세계의 바람이지만 현실은 양국의 지도자의 입장에서는 미·중의 충돌이 정치적 입지에 유리합니다.

현재 미국 상원의 경우 50대 50입니다. 이중 민주당 편을 드는 2명은 무소속입니다. 만약 민주당은 내년 중간선거에서 단 한석이라도 공화당에 뺏기는 순간 상원은 여소야대의 국면으로 전환되게 됩니다. 만약 그렇게 되면 바이든이 야심차게 추진한 사회 인프라 투자 법안(BBB)이 상원의 반대로 동력을 잃게 됩니다.
미국의 중국 포위전략. /자료: 중국경제금융연구소
미국의 중국 포위전략. /자료: 중국경제금융연구소
문제는 바이든의 지지율입니다. 동맹, 포위전략을 구사한 바이든 정부의 전략은 좋지만 긴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어서 아직 별 성과가 없습니다. 아직도 미국은 편짜기 중입니다.

대중들은 오래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취임 221일째였던 지난 8월1일을 기점으로 바이든의 지지율은 역전되고 있습니다. 취임 338일째를 맞은 이달 24일 기준 역대 6명의 대통령과 비교해 보면 동기간 바이든의 지지율은 트럼프 전 대통령 하나를 빼고는 맨 꼴찌입니다.

이대로 가다간 바이든 전 대통령이 중간선거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인구 조사 결과로 선거구가 조정되는 내년에는 민주당의 텃밭인 실리콘밸리와 월스트리트지역은 의석수가 줄어들어 민주당이 절대 불리한 상황입니다. 지금 미국경제는 하강 국면이고 물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경제로 민심잡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바이든도 트럼프와 같은 길을 선택할 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바로 '중국 때리기'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미국의 반중(反中) 정서가 역대 최대로 높습니다. 미국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려면 값싼 중국제품에 대한 보복관세를 낮추는 것이 답이지만 이를 풀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미국이 트럼프가 한 대중 제재를 푸는 순간 바이든의 지지율은 더 추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다가오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입지는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의 화상 정상회담 이후 미국의 대중 제재는 더 강경해졌습니다. 민주주의동맹 정상회의, 주요 장관들의 아시아 동맹강화 순방, 대만정책 재강화, 중국 첨단기업에 대한 제재 강화가 연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바이든의 지지율이 내년 대중관계의 악화정도를 반영하는 척도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국은 20대 당대회가 내년 10~11월에 예정돼 있습니다. 중국은 주석의 임기는 5년에 한번 연임하는 것으로 헌법에 명시돼 있었지만, 시진핑 주석은 2018년 헌법개정을 통해 연임조항을 삭제했습니다.

서방에서는 시진핑이 재집권을 위해 여러가지 작업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이미 2018년에 단 2표를 제외하고는 거의 만장일치로 헌법개정이 통과된 순간 시진핑의 재집권은 결정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문제는 명분입니다. 헌법을 개정해 요건은 하자가 없더라도 시진핑이 3연임을 해야 하는 당위성이 중요합니다. 시진핑이 작년부터 '신공부론'을 들고 나온 것도 이 때문입니다.

중국은 미국과의 전쟁에서 강한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논리를 접목하면 시진핑의 3연임의 근거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미국과의 전쟁이 격화될수록 시진핑의 내년 재집권의 명분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바이든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시진핑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서로 딱 맞아 떨어지는 것입니다. 소강 상태였던 미·중의 전쟁은 내년에는 격화될 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중국증시로 몰려가는 외국인 자금의 매수업종도 잘 봐야 하지만, 베이징 동계올림픽, 미국의 중간선거, 중국의 20대 당대회 등의 이슈가 터질 때마다 격화될 미·중의 전쟁 리스크는 항상 고려해야 할 거 같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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