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순실 제주큰굿보존회장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한(恨) 풀렸다"

"가슴에 맺힌 한이 이렇게 풀렸네요.

정말 좋습니다.

"
"제주큰굿, 제주와 나라의 재산…전승·보전 위해 노력"
제주큰굿보존회 회장 서순실(61) 심방은 2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제주큰굿의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제주에서 전승되는 무속의례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제주큰굿'은 전날인 22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제주 무속 의례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기는 1980년 '제주칠머리당영등굿' 이후 41년 만에 이뤄진 큰 경사다.

서 심방은 "제가 이렇게 기쁜데 (스승인) 안사인, 이중춘 선생님들은 얼마나 좋으실까 생각하니,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게 제주큰굿보존회 회원들과 많은 도움을 준 연구자, 기관, 단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주변에 고마움을 전했다.

제주큰굿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받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2001년 8월 16일 제주도 무형문화재 제13호로 지정된 제주큰굿은 초대 보유자로 인정받은 고(故) 이중춘 심방에 의해 그 원형이 보존 전승돼왔다.

하지만 이중춘 심방이 지난 2011년 5월 세상을 떠나면서 당시 전수장학생 신분이었던 서 심방이 제주큰굿을 책임져야만 했다.

서 심방은 지난 10년간 무속신앙에 대한 사회적 냉대와 무관심, 빈약한 지원 속에도 제주큰굿보존회를 세워 큰굿의 명맥을 이어왔다.

특히, 서 심방은 제주큰굿 보유자 신분을 내려놓으면서까지 국가무형문화재로의 승격을 간절히 바랐다.

제주도무형문화재 지정 당시 보유자를 인정하는 개인 종목이었지만, 국가무형문화재로 승격되는 과정에서 단체종목으로 바뀌면서 보유자 신분도 함께 포기해야만 했다.

"제주큰굿, 제주와 나라의 재산…전승·보전 위해 노력"
서 심방은 "(보유자 신분을 고집하면) 제주큰굿이 지방문화재 틀에 묻혀버릴 것만 같았다"며 "제주큰굿과 큰굿보존회 회원들 전체를 위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 것을 버려야만 회원들 모두가 설 수 있다.

10년간 너무나 힘들었지만, 회원들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심방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풀어놨다.

그는 "회원들과 함께 제주큰굿의 전승과 보전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며 "제주큰굿을 비롯해 무궁무진한 제주 굿을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 심방은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굿을 시연할 수 있도록 큰 마당이 있는 제주 전통가옥구조의 상설 공연장을 갖췄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에서 제주의 단골(신앙민)들이 개인 굿을 할 수도 있고, 때마다 제주큰굿을 비롯한 다양한 제주의 굿을 시연해 제주도민과 관광객이 관람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다면 제주 굿의 명맥을 오래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굿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도 강조했다.

서 심방은 "굿이 우리의 전통문화라는 인식을 했으면 한다.

(제주큰굿은) 우리 조상들의 것으로 제주도민의 재산이자 우리나라의 재산이다.

도민들이 잘 지켜주시고, 국민들도 함께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제주 굿의 원형을 가장 잘 간직한 종합 의례인 제주큰굿은 제주어와 구비서사시, 놀이, 무속신앙, 음악, 무용, 연극 등 다양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제주문화의 총체적 유산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짧게는 7일 길게는 14일까지 진행되는 제주큰굿에는 제주의 탄생과정, 제주 1만8천 신의 성장과 위기, 공을 세워 신으로 좌정하기까지의 내용 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제주신화는 2001년 제주도 무형문화재 제13호로 지정됐으며, 지난 10월 25일 국가 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된 이후 12월 22일 지정됐다.

"제주큰굿, 제주와 나라의 재산…전승·보전 위해 노력"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