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지난 4일 오후 부산 서면 젊음의 거리에서 커플 후드티를 입고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지난 4일 오후 부산 서면 젊음의 거리에서 커플 후드티를 입고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극빈한 생활을 하는 사람은 자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준석 대표는 "이(실언)에 대한 해법으로 나왔던 게 이준석과 같이 행보를 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후보와 함께한 현장에서 종종 마이크를 잡는 이 대표의 모습을 놓고 '자기가 뜨려고 한다'고 비판했던 일부 보수 성향 유튜버들을 저격한 것이다.

이 대표는 23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후보의 현장 행보는 중요하다. 후보가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를 기획하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며 "저도 후보랑 같이 일정을 해봤지만, 후보를 진짜 돕고 싶은 사람이라면 후보가 현장에 갔을 때 어색하지 않도록 이끌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후보가 혹시라도 실수하게 되면 현장에서 바로 교정하고 정정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런데 과연 어제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은 뭘 했냐. 서울대, 대학로, 강릉, 부산 등 후보와 이준석이 같이 서 있는 걸 보면서 대중이 관심을 가졌을 때 보수 유튜버들은 맹공을 시작했다"며 "대학로에서 후보가 제게 당의 정책에 대해 먼저 물으면서 마이크를 던졌을 때 보수 유튜버들은 '이준석이 돋보이려고 마이크를 뺏었다'고 표현했다"고 했다.

이어 "그분들이 원하는 대로 됐다. 현장에서 후보가 돋보이기 위해 주변에 아무도 나오면 안 된다는 그 주장을 받아들여서 결국에는 현장에서 아무도 지적을 못 하거나 도움을 못 준다"며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비꼬거나 조롱하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다. 그런데 앞으로 이런 것들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재발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오른쪽)와 이준석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거리인사에 나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오른쪽)와 이준석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거리인사에 나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그는 "제 기억으로는 어제 그 (자유 관련) 발언이 나온 시점과 후보가 발언에 대한 해명을 할 수 있는 백브리핑까지 약 30~40분 정도의 시간이 있었는데, 그러면 그사이에 기사가 다 나가버린다"며 "후보 옆에 정무적 감각이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후보에게 자연스럽게 다시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든지, '후보님 말씀하시는 게 맞고 저는 거기에 부연하자면 이런 얘기를 하겠습니다'라고 후보를 돕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그렇게 하면 기사가 난다고 하더라도 그것(도움을 주는 사람의 발언까지 함께)까지 같이 나간다. 그러면 대중의 오해가 적을 수 있다"며 "여의도에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누가 '후보가 이런 말 했는데 큰일 났다', '어떻게 해야 되냐'고 제게 전화했다. 저는 이걸 제가 지금 지적하는 이유는 이미 내부적으로 많이 지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해법으로 나왔던 게 이준석이 같이 행보를 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은 제가 그걸(후보와 동행) 제 책임감 때문에 버텼던 것이지, '이준석이 자기 정치하려고 한다', '후보가 더 돋보여야 한다' 이런 말 들으면서 저는 버티고 있었던 것"이라며 "저는 더 이상 버틸 의향이 없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22일 전북 전주시 전북대학교 인문대학 1호관 최명희홀에서 열린 윤퀴즈온더전북에 참석해 대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22일 전북 전주시 전북대학교 인문대학 1호관 최명희홀에서 열린 윤퀴즈온더전북에 참석해 대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뉴스1
앞서 윤 후보는 전날 오후 전북대학교에서 "극빈한 생활을 하고 배운 게 없는 사람은 자유가 무엇인지 모를 뿐 아니라 자유가 왜 개인에게 필요한지 그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자유주의를 지키기 위해선 국가가 국민의 기본적인 경제 역량을 배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되지만, 여당을 중심으로 윤 후보의 발언을 '망언'으로 규정하며 맹공을 퍼부었다.

지적이 이어지자 윤 후보는 "그분들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도와드려야 한다는 것"이라며 "사는 게 힘들면 그런 걸 느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자유라는 건 가난한 사람이나 공부를 못 한 사람이든 간에 자유인들이 연대해서 자유를 느끼게 하려면 그분들에게 여건을 보장하게, 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자유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줘야 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너무 삶이 바쁘면 자유가 뭔지 느낄 수 있겠나"라며 "모든 국민이 자유인이 돼야 한다. 많이 배우고 또 잘 사는 사람만이 자유인이 돼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