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빈 전임연구원
김용빈 전임연구원
우리들은 무더운 여름이면 시원한 에어컨 바람으로 더위를 식히고, 추운 겨울엔 난방으로 추위를 피하곤 한다. 하지만 간혹 차가운 에어컨 바람 때문에 추위에 떨기도 하고 과도한 난방으로 인해 땀을 흘린 경험도 있을 것이다. 한 번쯤 계절과 맞지 않는 실내 온도가 과연 정상인가라는 의문과 함께 에너지가 낭비된다는 생각도 들었을 것이다.
최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중립 목표를 추진하면서 건물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이슈가 대두되고 있으며 서울시에서는 무려 68%의 온실가스가 건물에서 배출된다고 한다. 따라서 탄소 중립에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건물이 뿜어내는 온실가스 감축이 중요하며, 건물에 설치된 에너지관리 시스템 효율을 높이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 그렇다면 에너지 관리 시스템의 효율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건물 에너지관리 시스템(BEMS)의 한계

현재 건물 관리자는 건물 에너지관리 시스템(BEMS, 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을 이용하여 건물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건물에 설치돼 있는 다양한 냉난방 설비(보일러, 에어컨)와 공조 설비(열을 공기로 전달하는 장치)들을 제어할 수 있다.
그러나 실내외 온도와 습도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매뉴얼대로 같은 시간에 켜고 끄는 경우가 많아 에너지관리 효율이 떨어진다. 온도와 습도 등이 수시로 변하는 상황에 따라 적정 가동시간을 계산하는 것이 복잡할뿐더러 관리자가 일일이 제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건물 입주자들의 다양한 니즈도 반영하기 어렵다. 입주자 각각의 업종이 다르고 시간대별로 요구하는 사항들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냉장 시설을 보유한 마트 사업자, 야간 근무가 많은 사업자 등 입주자 별로 다른 조건과 근무 유형을 관리자가 기억하고 개별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디지털 트윈 인공지능 건물 에너지관리 시스템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냉난방 설비와 공조설비의 최적 운영시간을 계산하고, 사람의 컨트롤 없이 직접 켜고 끄는 자동화 제어가 가능하다. 관리자가 건물에 설치된 설비들을 일일이 모니터링하며 최적의 시간으로 제어하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인공 지능은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방식으로 건물을 가상화한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 속 사물을 가상의 디지털 공간에 동일하게 복제한 뒤 시뮬레이션을 수행하여 결과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입주자들이 건물 내부를 이동하고 머무는 정보와 공간마다의 온습도, 설비상태(On-Off) 센서정보를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하고 인공지능으로 연결하여 에너지 절감을 위한 최적의 설비운영 정보로 활용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계속 바뀌는 건물 내 모든 센서값과 운영조건을 수집하고 딥러닝 학습으로 시뮬레이션을 수행하여 최적의 설비 운영시간을 수시로 계산한다. 이후 맞춤형 운영 시나리오를 결정하고 직접 설비들을 제어한다. 이처럼 인공지능 기술은 건물 설비의 효율적 운영으로 에너지 사용을 줄여 온실가스 발생을 감축시킬 수 있다. 그리고 냉난방 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뿐더러 입주자에게 쾌적한 실내환경을 제공하여 만족도를 높이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가정으로의 인공지능 확대

에너지관리 시스템이 설치된 건물은 설비 별로 계측이 가능하지만, 가정의 에너지 사용량은 월 단위로 측정할 수 밖에 없어 소비형태 파악이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는 실시간으로 통신망을 통해 계측하고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 미터기(AMI, Advanced Metering Infrastructure)와 가전들을 연결할 수 있는 스마트 홈허브를 이용해 아파트, 빌라, 주택 등의 가정에서도 인공지능을 만날 수 있다.
인공지능은 우선 전력량과 가전제품의 사용빈도 패턴을 분석하여 냉장고와 같이 항상 사용하는 베이스(Base) 전력량과 냉난방, 조명과 같은 활동(Active) 전력량을 분리한다.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는 가정, 낮 시간엔 집을 비우는 맞벌이 가정과 같이 각 가정마다 다른 생활패턴도 학습한다. 그 다음 최적의 실내 냉난방 온도를 계산하고 스마트 홈허브에 연결된 보일러・에어컨과 조명, 가전제품들을 직접 제어한다. 입주자가 집을 비우면 OFF내지는 저전력모드로 전환하여 전력사용을 최소화하고 집에 들어오면 입주자 패턴에 맞춰 ON한다. 이 모든 것을 입주자가 핸드폰 앱을 통해 모니터링하고 불필요한 가전제품, 조명을 수동으로 켜고 끌 수도 있다. 그리고 이 행동을 인공지능은 다시 학습하여 제어 알고리즘을 개선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더욱이 비정상 전력사용량 등을 탐지해 홀로 사는 1인가구에 대한 사회 안전망을 강화 시킬 수 있고 전기료 폭탄에 대한 걱정도 덜 수 있다.

탄소중립으로 다가서기

인공지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보일러・에어컨, 조명, 가전제품 제조사들 간 서로 다른 설비들을 쉽게 연결하고 동작시킬 수 있도록 관련 사업자들의 협업이 중요하다. 하지만 시장에서 자발적으로 협업이 이뤄지는 데는 시간이 소요된다. 이를 정부가 나서서 협업시스템을 지원하는 인센티브 정책을 편다면 탄소중립에 한발 더 가까워질 수 있다.
끝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적인 신재생 에너지를 적극 생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와 가장 밀접하고 손쉬운 방법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소비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보다 많은 건물과 가정에 적용되어 탄소중립 달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본다.

KT경제경영연구소 전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