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 딸 되는 게 소원"…제주4·3 희생자 자식인데 호적엔 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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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관계등록부 불일치 유족 78명 실태 조사 결과 발표
5촌 이상 친척·남남 된 사례도…호적 정정 사례는 전무
"죽기 전 아버지 호적에 올려지는 것이 소원입니다…."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에 사는 이순열(73·여) 씨는 제주4·3희생자유족회 주최로 22일 오후 제주4·3평화교육센터에서 열린 '제주4·3사건으로 인한 호적 불일치 실태조사 보고 및 토론회'에서 이처럼 호소했다.
이씨는 "나는 1948년 10월 31일(음력 9월 29일) 아침에 태어나고 아버지는 같은 날 저녁에 돌아가셨다.
아버지와 나의 생명을 바꾼 셈"이라며 "어머니는 재가하셨고, 나는 결국 작은아버지 큰딸로 호적에 올라 평생을 살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3년 전 아버지 유해와 유전자 검사를 했지만, 20가지 항목 중 4가지 항목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결과를 받았다.
이씨는 "15년 전 서우봉에 있던 아버지 묘를 북촌리 공동묘지로 이장하고 이어 5년 전 아버지 묘 옆으로 다른 가족묘를 모으느라 묘를 다시 옮기게 됐다"며 "이 과정에서 유해가 바뀌었나 싶기도 하지만, 또다시 아버지 묘를 해체해 DNA 검사를 할 수는 없다"며 눈물을 훔쳤다.
이씨는 호적상 아버지의 조카로 올라가 4·3 희생자 유족으로 인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이날 제주연구원 현혜경 책임연구원이 발표한 가족관계등록부 불일치에 해당하는 4·3 희생자 유족 78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직접 면접한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4·3 희생자와 직계 혈족관계지만 법적으로는 방계혈족이나 심지어 남남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78명 중 4·3 희생자와의 호적상 관계가 실제 자식이나 손자인데도 조카로 등록된 사례가 45명(57.7%)으로 가장 많았다.
5촌 이상 친척 관계로 등록된 사례는 10명(12.8%)이고, 아예 남남으로 호적에 등록된 사례도 8명(10.3%)이나 있었다.
조사 대상자 중 유족으로 결정된 사례는 26명(32.9%)에 그쳤다.
등록된 유족 형태를 살펴보면 조사 대상자 본인이 유족으로 등록된 경우가 53.2%(13명)를 차지했지만, 부모가 희생돼 유족으로 인정받은 것이 아니라 직계 부재에 따른 조카 유족으로 인정받은 경우였다.
이외 희생자의 형제자매 또는 조카로 등록된 사례 각 2명(8.3%)이고, 기타 7명(29.2%)이다.
이처럼 호적이 불일치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4·3 희생자와 배우자 간 혼인신고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 꼽혔다.
조사대상자 중 32명(41%)이 이 사례에 포함됐다.
호적 불일치가 자녀로 이어진 것이다.
이로 인해 조사 대상자 중 절반이 넘는 48명(61.5%)이 호적 불일치에 대한 정정을 시도했지만, 성공 사례는 전무했다.
현 책임연구원은 "현행법상 호적정정은 법원의 판결을 통해서 가능하다"며 "그 과정에서 희생자와 친자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유전자(DNA) 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묘를 해체하고 시신 일부를 채취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과도한 비용과 가족·친지 간 이해관계, 문화적 관습 등으로 쉽지 않다"며 "또 희생자 사망 후 70년이 지나간 만큼 유의미한 DNA를 추출하기도 힘들다"고 밝혔다.
현 책임연구원은 "4·3특별법 개정을 통해 좀 더 희생자의 실질적인 자녀가 호적법상 자녀로 인정될 수 있는 특례 조항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또한 희생자 유족임을 입증할 현실적인 방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dragon.
/연합뉴스
5촌 이상 친척·남남 된 사례도…호적 정정 사례는 전무
"죽기 전 아버지 호적에 올려지는 것이 소원입니다…."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에 사는 이순열(73·여) 씨는 제주4·3희생자유족회 주최로 22일 오후 제주4·3평화교육센터에서 열린 '제주4·3사건으로 인한 호적 불일치 실태조사 보고 및 토론회'에서 이처럼 호소했다.
이씨는 "나는 1948년 10월 31일(음력 9월 29일) 아침에 태어나고 아버지는 같은 날 저녁에 돌아가셨다.
아버지와 나의 생명을 바꾼 셈"이라며 "어머니는 재가하셨고, 나는 결국 작은아버지 큰딸로 호적에 올라 평생을 살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3년 전 아버지 유해와 유전자 검사를 했지만, 20가지 항목 중 4가지 항목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결과를 받았다.
이씨는 "15년 전 서우봉에 있던 아버지 묘를 북촌리 공동묘지로 이장하고 이어 5년 전 아버지 묘 옆으로 다른 가족묘를 모으느라 묘를 다시 옮기게 됐다"며 "이 과정에서 유해가 바뀌었나 싶기도 하지만, 또다시 아버지 묘를 해체해 DNA 검사를 할 수는 없다"며 눈물을 훔쳤다.
이씨는 호적상 아버지의 조카로 올라가 4·3 희생자 유족으로 인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이날 제주연구원 현혜경 책임연구원이 발표한 가족관계등록부 불일치에 해당하는 4·3 희생자 유족 78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직접 면접한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4·3 희생자와 직계 혈족관계지만 법적으로는 방계혈족이나 심지어 남남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78명 중 4·3 희생자와의 호적상 관계가 실제 자식이나 손자인데도 조카로 등록된 사례가 45명(57.7%)으로 가장 많았다.
5촌 이상 친척 관계로 등록된 사례는 10명(12.8%)이고, 아예 남남으로 호적에 등록된 사례도 8명(10.3%)이나 있었다.
조사 대상자 중 유족으로 결정된 사례는 26명(32.9%)에 그쳤다.
등록된 유족 형태를 살펴보면 조사 대상자 본인이 유족으로 등록된 경우가 53.2%(13명)를 차지했지만, 부모가 희생돼 유족으로 인정받은 것이 아니라 직계 부재에 따른 조카 유족으로 인정받은 경우였다.
이외 희생자의 형제자매 또는 조카로 등록된 사례 각 2명(8.3%)이고, 기타 7명(29.2%)이다.
이처럼 호적이 불일치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4·3 희생자와 배우자 간 혼인신고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 꼽혔다.
조사대상자 중 32명(41%)이 이 사례에 포함됐다.
호적 불일치가 자녀로 이어진 것이다.
이로 인해 조사 대상자 중 절반이 넘는 48명(61.5%)이 호적 불일치에 대한 정정을 시도했지만, 성공 사례는 전무했다.
현 책임연구원은 "현행법상 호적정정은 법원의 판결을 통해서 가능하다"며 "그 과정에서 희생자와 친자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유전자(DNA) 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묘를 해체하고 시신 일부를 채취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과도한 비용과 가족·친지 간 이해관계, 문화적 관습 등으로 쉽지 않다"며 "또 희생자 사망 후 70년이 지나간 만큼 유의미한 DNA를 추출하기도 힘들다"고 밝혔다.
현 책임연구원은 "4·3특별법 개정을 통해 좀 더 희생자의 실질적인 자녀가 호적법상 자녀로 인정될 수 있는 특례 조항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또한 희생자 유족임을 입증할 현실적인 방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dragon.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