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충원에도 모집인원 못 채워…인건비 올리는 등 특단 대책 필요
"콧속 찌를 사람 없어" 인력난에 허덕이는 서부산권 보건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하는 가운데 서부산권에 있는 보건소들이 검체 채취 업무를 담당하는 기간제 의료진을 제때 확보하지 못하는 등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22일 부산지역 보건소 등에 따르면 각 보건소는 코로나19 사태 악화로 진단검사 대상자가 급증하면서 검체를 채취할 기간제 의료진을 수시로 충원하고 있다.

예전에는 보건소당 하루 700∼800명이던 검사 대상자가 지금은 1천700∼2천500명으로 많게는 3배 이상 늘었다.

과거 50명대 수준이었던 일일 신규 확진자가 300∼400명까지 늘어나면서 진단검사 대상자가 한꺼번에 증가했고, 이에 따라 의료인력을 충원 모집하고 있다.

하지만 전반적인 의료인력 부족으로 검체를 채취할 기간제 의료진 공무원을 모집해도 지원자 수가 필요인력에 턱없이 모자라는 실정이다.

확진자 수가 늘어나면서 부산시에서는 추가 예산을 배정해 검체채취 의료인을 추가 선발하라고 하지만, 현실에서는 제대로 구할 수 없는 형편이다.

실제로 부산 사하보건소는 이러한 상황이 지속하자 의료진이면 검체 검사를 할 수 있다는 지침에 따라 지원 대상을 간호사에서 임상병리사로 확대하기도 했다.

사하보건소 관계자는 "부산시에서 사용하라고 내려준 검체채취 인력 예산이 오히려 남는 경우도 있다"며 "검체채취 의료인이 워낙 구해지지 않다 보니 해당 예산을 의료진을 보조하는 행정직 선발로 돌려 의료인이 검체 채취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콧속 찌를 사람 없어" 인력난에 허덕이는 서부산권 보건소
전문가들은 서부산권에 거주하는 의료진이 동부산권보다 적어서 이 같은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한다.

허목 전국보건소장협의회 회장은 "서부산이 동부산과 비교해 전반적으로 의료 인프라가 떨어지는 측면이 있는데, 이번 건도 비슷한 상황"이라며 "실제 출퇴근 등을 고려했을 때 의료진이 실제 거주지와 떨어진 서부산에 지원할 확률이 낮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검체를 채취할 기간제 공무원이 제때 채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계속되면 그 불편은 시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보건소 정규직 의료진이 기간제의 공백을 메워야 하기 때문에 격무에 시달릴 수밖에 없고 결국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부산지역 보건소에서 근무하는 한 간호직 공무원은 "기간제 공무원이 없으면 본 업무에다 역학조사, 기간제 업무까지 하게 돼 퇴근은 생각조차 못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병가나 휴가를 쓰는 공무원도 늘어나는데 이토록 엄중한 상황에서 실수하지 않을까 아슬아슬하다"고 말했다.

일선 현장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건비를 올리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부산지역 한 보건소장은 "인건비를 파격적으로 올리지 않는 이상 기간제 의료진 모집이 제때 잘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주사를 놓다 손에 마비가 와 병가를 내는 직원도 생기는 마당에 보건소 현장을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