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 스승이 쓴 '예측의 역사' 출간

미래를 예측하는 건 인간이 예부터 늘 해오던 일이었다.

'샤머니즘'이라는 말이 퉁구스어 '샤먼'에서 파생된 말이지만, 샤먼에 해당하는 말은 동북아시아뿐 아니라 세계 어디에도 있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사제 피티아와 시빌라가 신탁을 했고, 히브리에선 '나비(nabi:예언자라는 뜻)'가 예언을 했다.

구약에 등장하는 모세와 사울, 이슬람교의 무하마드도 다가올 앞일을 내다봤다.

중세 시대 미래를 절묘하게 예측한 베네딕트회 수녀 힐데가르트는 추후 성인으로 추앙되기도 했다.

그렇게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오랜 세월 인간의 삶과 함께했다.

샤먼부터 인공지능까지…인간은 왜 미래 예측에 몰두하나
'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의 스승이자 히브리대 역사학과 교수인 마틴 반 크레벨드가 쓴 '예측의 역사'(현암사)는 점성술부터 인공지능까지 인간이 어떻게 미래를 예측해왔는가를 살펴보는 교양 역사서다.

저자에 따르면 고대 인간은 현실 세계를 떠남으로써 미래를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샤먼이나 사제, 무녀들은 일상적 환경에서 벗어나 '변성의식상태'에 들어갔다.

이 상태가 되면 주위에 대한 인식 능력은 떨어지고 그 외의 것들을 인식하는 능력은 강해진다.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무당의 굿이 대표적이다.

서양에서도 이런 일은 흔했다.

고대 그리스 델피의 무녀 피티아는 변성의식상태에서 신의 음성으로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은 대부분 횡설수설에 가까워 신전 소속 신관들의 해석이 필요했다.

그들은 6보격 시의 형태로 신탁을 전했다.

하지만 전해진 신의 말은 대부분 모호했다.

예컨대 페르시아와 그리스의 전쟁에서 그리스의 대승으로 끝난 살라미스 해전(BC 480)에 관한 신탁은 "오 거룩한 살라미스여. 그대는 파종기와 수확기 사이에 많은 여인의 아들들을 죽일 것이다"였다.

신탁만 보면 페르시아군과 그리스군 중 누가 더 많이 죽을지, 누가 이길지 짐작할 수 없었다.

그보다 더 오래전 고대 메소포타미아 사제들은 심령술을 발명했다.

그들은 사자(死者)와 대화하며 미래를 예측했다.

하지만 이런 기행은 위험천만했다.

부적절하게 일이 수행될 경우, 대화를 시도한 사람이 '살(煞)을 맞아'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신통방통한 심령술은 이웃 국가로 퍼져나갔다.

샤먼부터 인공지능까지…인간은 왜 미래 예측에 몰두하나
점성술도 미래를 예측하는 또 다른 발명품이었다.

역시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 이집트, 중국, 인도, 유럽으로 전파됐다.

다만 점성술은 정확한 현상 관찰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한다는 점에서 영매(靈媒)나 샤먼과는 차이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근대에 들어오면 과학이 예측의 주요 도구로 자리매김했다.

헤겔의 변증법을 빌려온 마르크스는 당대의 모순을 정확하게 포착해 미래를 예단했다.

과거의 추세가 장래에도 지속되리라 예상한 '외삽법' 등 예측 기법도 크게 발전했다.

특히 현대로 들어오면서 미래를 예측하는 여러 가지 최첨단 기술과 공학이 등장했다.

샤먼이 아니라 과학자들은 통상 데이터를 수집해 요소와 변수들 사이의 관계에 수학적 공식을 적용해 결과를 산출했다.

컴퓨터의 엄청난 연산 능력이 더해지면서 매우 복잡한 상황까지 확률적으로 예측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현대의 과학자들이 샤먼보다 미래를 더 잘 예측할까?
그렇지 않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는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실성의 원리와 카오스 이론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으며 미래에도 계속 그러할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한다.

인류는 여전히 내일의 날씨를, 내일의 주식시장을 예측하지 못하고 있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나 9·11 테러, 2008 금융위기와 같은 '블랙스완'은 여전히 우리 삶에 치명타를 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래를 예측하는 일, 그리고 그런 예측의 역사를 살펴보는 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저자는 "미래를 내다보고자 하는 인간의 바람에 대해, 인간이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만들어낸 방법에 대해, 그 방법들이 서로서로, 크게는 문명과 관계 맺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곧 인간성의 본질을 파고드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김하현 옮김. 364쪽. 1만8천원.
샤먼부터 인공지능까지…인간은 왜 미래 예측에 몰두하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