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법적 안보보장 거듭 요구…독일·프랑스 정상과 통화
숄츠 독 총리 '우크라이나 주변 러 병력 확대배치' 우려 표명
러시아는 서방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비우호적 행동을 계속할 경우 상응하는 군사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경고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푸틴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우려하면서 분쟁을 긴급하게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자국 국방부 확대 간부회의에 참석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진(東進)과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추진 등에 우려를 표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 동료들의 명백히 공격적인 노선이 지속될 경우 우리는 적합한 군사·기술적 조치를 취하고, 비우호적 행보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면서 "러시아는 자국 안보와 주권을 보장하기 위한 행동을 할 충분한 권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는 '자국의 안보 확보를 위해 타국의 안보를 희생해선 안 된다'는 유라시아 대륙 안보의 '불가분성'을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나토의 러시아 국경 인근 접근과 관련, 미국으로부터 법적 구속력이 있는 안보 보장을 받길 원한다고 거듭 확인했다.

그는 "우리에겐 장기적이고 법적 구속력이 있는 안보 보장이 필요하다"면서 동시에 "어떠한 법적 보장도 믿을 건 못 된다.

왜냐하면 미국은 여러 이유로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국제조약에서 손쉽게 탈퇴하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러시아가 요구한 안보 보장은 서방의 반러주의자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최후통첩'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무력 충돌과 유혈은 절대 우리의 선택이 아니다.

우리는 문제들을 정치·외교적 수단으로 해결하길 원한다"면서 "하지만 최소한 분명하고 이해할 수 있으며 명확히 규정된 법적 보장을 원한다"고 거듭 요구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우리는 러시아 인근으로 미국의 글로벌 미사일 방어(MD) 시스템이 전개되는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면서 "루마니아에 이미 배치됐고 폴란드에도 배치될 예정인, (미국의 유럽 MD 시스템에 속한) 발사대 MK-41은 토마호크 공격미사일 발사를 위해 변형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일 이 (군사)인프라가 더 이동하고 미국과 나토의 미사일 시스템이 우크라이나에 나타나면, 이 미사일들이 모스크바까지 비행하는 시간은 7~10분으로 줄어들 것이고, 만일 극초음속 미사일이 배치되면 5분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그동안 MK-41이 방어용 요격 미사일뿐 아니라 공격용인 사거리 2천400km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고 비판해 왔다.

그러면서 이 같은 공격용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배치되는 것은 '레드 라인'(한계선)을 넘는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푸틴 대통령의 이날 경고 발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으로 약 10만명의 병력과 무기를 배치하고, 내년 초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경고가 미국과 우크라이나 측에서 잇따라 제기되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 간에 군사적 긴장이 최고로 고조된 가운데 나왔다.

러시아는 자국 내 군사 이동은 미국과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확대하고 우크라 주변 지역에서 군사 활동을 강화하는 데 대한 자위적 조치라고 반박하고 있다.

러시아는 긴장 해소를 위해 우크라이나 등 옛 소련국가들의 추가 나토 가입 금지, 우크라 및 인접 지역에 대한 나토의 무기 배치 금지 등을 규정한 안보 보장문서 서명을 미국과 나토에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는 러·미 간 안보 보장 조약 초안과 러·나토 회원국 간 안보 보장 조치 협정 초안을 지난 15일 미국 측에 전달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21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신임 독일 총리와 전화통화를 하고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문제들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고 크렘린궁이 밝혔다.

크렘린궁은 "(푸틴-마크롱 통화에서) 유럽 대륙의 안정과 안보 강화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면서 "이와 관련 (러시아가 제안한) 미국과 러시아 간 안보 보장 조약안과, 러시아와 프랑스를 포함한 나토 회원국 간 안보 보장 조치 협정안에 각별한 주의가 기울여졌다"고 소개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우크라 동부 돈바스 지역 분쟁 해결을 위한 민스크 협정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독일·프랑스 등 4개국이 참여하는 '노르망디 형식' 정상회담 재개도 우크라이나의 민스크 협정 이행 상황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숄츠 독일 총리와의 통화에서도 나토의 추가 동진과 러시아 인접국으로의 공격 무기 배치를 금지하는 장기적이고 법률적으로 명시된 안보 보장안에 대해 설명했다.

이와 관련 러시아가 제안한 미국과 러시아 간 안보 보장 조약안과, 러시아와 독일을 포함한 나토 회원국 간 안보 보장 조치 협정안 내용에 대해 상세한 논평이 이루어졌다고 크렘린궁은 소개했다.

숄츠 총리는 이날 전화통화에서 우크라이나 국경 주변에 러시아 병력 확대배치 사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분쟁 축소가 긴급하게 필요하다고 밝혔다고 슈테펜 헤베슈트라이트 독일 정부 대변인이 전했다.

두 정상은 이날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분쟁의 평화로운 해결을 위한 민스크 협정 이행 상황에 대해 논의했다고 독일측은 덧붙였다.

숄츠 총리는 또 노르망디 형식 정상회담을 통해 협상을 진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지난 7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화상회담에서도 나토의 동쪽 확장과 러시아 인접 국가들로의 타격용 공격무기 배치를 금지하는 법률적으로 명시된 보장을 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