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로 극복한 은퇴 후의 무력감
‘삶이란 때로는 아프고 때로는 힘들어도/언젠가는 어디에서 아름답게 아름답게/내 노래가 불리기를 기다리는 무명가수다’ (‘무명가수’ 중에서)

쉴 틈 없이 열심히 살았건만 결국엔 닥칠 수밖에 없는 은퇴. 아무리 예상하고, 대비했다고 하더라도 막상 일자리를 떠나고 나면 무기력해지기 십상이다. 걷잡을 수 없는 무력감을 어떻게 넘어설 수 있을까. 은퇴 후 혼잣말로 자신을 마주해 얻은 깨달음을 담은 시를 엮어 우울한 마음을 극복한 책이 나왔다.

박화진 전 경북경찰청장이 최근 네 번째 시집 《너의 눈물 마른자리 꽃이 필거야》(문학공감·사진)를 펴냈다. 시집에는 2019년 은퇴 후 복잡한 심사가 담겼다. 저자는 “혼자 앉아 있는 시간은 또 다른 나인 이방인과 마주하는 시간이었고, 숙성의 시간이었다”며 “중년 자폐증을 조악한 말의 나열로 치유받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그의 시어(詩語)는 화려하지 않지만 담백하다. ‘꽃이 활짝 피면/잎도/가지도/가로등 불빛도/다 잊게 되지/혼자 핀 게 아닐텐데’(‘꽃질’) 그는 시를 통해 삶을 사색하고, 중년의 삶을 말하고, 아들에게 편지를 보낸다. 직접 그린 그림까지 곁들여 저자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1963년 대구에서 태어난 박 전 청장은 1986년 경찰에 입문해 경기 과천서장, 경찰청 감찰담당관, 대통령비서실 치안비서관, 경찰인재개발원장 등을 지냈다. 충북경찰청 차장으로 근무하던 2012년 수필 ‘바람개비 삶’으로 영남문학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2013년 수필집 《마음이 따뜻한 경찰이 되고 싶다》를, 2017년에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며 쓴 시집 《답장을 기다리지 않는 편지》를 펴냈다. 2019년에는 《경찰이 사기(史記)를 가르치다》라는 책을 냈다. 작년엔 문학소녀를 꿈꿨던 숙모와 함께 시집 《초록이 흐르는 계절 바람이 분다》를 출간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