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정부가 전기료 누르니 '전기 쓰듯 펑펑' 말 나와"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김종갑 前 한전 사장의 쓴소리

    물가관리 위해 요금 통제한다니
    물가 9% 오른 브라질도 안해

    적자 쌓여 작년 70조 빌린 한전
    이자만 2兆…결국 국민부담

    탄소중립·전기절약 위해서도
    독립기구 만들어 요금 결정해야
    “기획재정부의 인위적인 전기료 인상 억제로 이젠 ‘전기 쓰듯 한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 됐습니다.”

    "정부가 전기료 누르니 '전기 쓰듯 펑펑' 말 나와"
    김종갑 전 한국전력 사장(사진)은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원가를 반영하지 않은 전기료 탓에 전기를 물처럼 펑펑 쓰는 문화가 만연해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연료비를 전기료에 반영하기로 해놓고 잇따라 ‘유보권한’을 발동해 전기료 인상을 억제하고 있는 기재부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정부와 한전은 올 2분기와 3분기에 이어 내년 1분기에도 전기요금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로 평균 연료비가 큰 폭으로 뛰었지만 물가 안정 등을 이유로 내세워 전기료 인상을 막은 것이다. 그 비용은 고스란히 한전의 적자로 쌓이고, 결국 부메랑처럼 국민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라는 게 김 전 사장의 진단이다.

    그는 “전쟁 등 국가 위기 상황에선 긴급조치를 통해 전기료를 통제할 수 있다”며 “하지만 지금은 전기료를 묶어 놔야 할 특별한 사정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전기료 등 공공요금으로 물가 관리를 하는 곳은 한국이 유일할 것”이라며 “물가상승률이 9%대인 브라질도 전기료를 통제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 전 사장은 결국 나중에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전기료 인하를 현재의 혜택으로 포장하고 있는 정부의 태도도 꼬집었다. 그는 “작년 한전은 적자 누적으로 70조원을 빌려 썼다”며 “이자만 2조원을 냈고, 이는 국민 1인당 4만원의 부담을 지운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의 경영 악화는 심화하고 있다. 한전이 국회에 제출한 2021~2025년 중장기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올해 영업손실 규모가 4조3845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전력 도매가인 올 11월 통합 계통한계가격(SMP)은 ㎾h당 127.06원으로 전년 대비 155.1% 올랐지만, 전기료를 잇따라 동결한 영향이다. 올 3분기 기준 한전의 차입금 규모는 71조9000억원으로, 차입금 비율이 110%를 넘어섰다.

    김 전 사장은 “이런 식으로 전기료를 계속 낮게 유지하면 탄소중립 달성도 불가능할 것”이라며 “전기 절약 등 수요 관리를 위해선 원가를 반영한 가격 정책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물가가 우리보다 훨씬 빠르게 오르고 있는 선진국도 에너지 가격 인상 요인을 즉각 요금 인상 등으로 반영했다”고 강조했다. 또 “전기료 부담을 공공기관이 끌어안고 가는 것은 1960년대에나 가능한 낡은 방식”이라며 “정부 밖 독립기구에서 투명한 절차에 따라 전기료를 정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따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허청장, 산업자원부 차관 등을 역임한 관료 출신으로 하이닉스반도체 사장, 지멘스 회장 등을 거쳐 2018년 4월부터 올 4월까지 한전 사장을 지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ADVERTISEMENT

    1. 1

      홍남기,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 걷어찼다

      정부가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하기로 했다. 한국전력은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발전연료 가격이 최근 급격히 올랐으니 전기요금을 인상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정부는 물가 안정 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연...

    2. 2

      내년 1분기 전기요금 동결…물가 우려에 연료비연동제 무력화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이 동결됐다. 한국전력은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발전연료 가격이 급격히 올라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정부에 요청했지만 정부가 '물가 안정' 등을 이유로 동결 결정을 내렸...

    3. 3

      한국전력, 전기요금 동결 소식에 약세

      한국전력이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20일 장 초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이날 오전 9시35분 현재 한국전력은 전일 대비 200원(0.92%) 내린 2만1550원에 거래되고 있다.한국전력은 이날...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