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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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의 반도체 업황 개선 전망에 기관과 외국인의 매수세가 몰리며 삼성전자 주가가 다시 힘을 받고 있다. 연초에 샀던 주식이 도통 오를 줄 모르자 결국 팔아버린 개인 투자자들로서는 이 상황이 반갑지 않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2시40분 현재 삼성전자는 전날 대비 1100원(1.43%) 뛴 7만8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주가는 전일보다 1.04% 오른 7만7900원에 개장해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장중 고가는 7만8300원이다. 수급을 살펴보면 이날 오후 2시30분 기준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1170억원, 42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주가는 현재 8만원선 문턱까지 올라왔다. 지난 14일부터 하루를 뺀 5거래일간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찔끔찔끔 오르던 주가가 21일 1% 넘게 오르고 있는 것은 미 주요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호실적을 기록한 영향이다. 실적 개선 기대감이 국내 반도체주로도 번지면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20일(현지시간)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올 9~11월 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한 76억9000만달러(약 9조166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203.8% 증가한 23억달러(약 2조7420억원)로 집계됐다. 견고한 실적이 발표되자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간밤 뉴욕증시에선 1.17% 떨어졌지만 시간외 거래장에서 급등했다.

이날 전해진 시장조사기관의 분석도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탰다. 옴디아(Omdia)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디램(D램) 시장 점유율은 43.9%로 전 세계 1위 자리를 지켰다. SK하이닉스(27.6%)와 마이크론(22.7%)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삼성전자의 디램 시장 점유율은 작년 4분기 41%, 올해 1분기 41.2%, 2분기 43.2%, 3분기 43.9% 순으로 3개 분기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두 달 전까지만 해도 '8만 전자'는 닿기 어려운 낙관론이었다. 1월 9만원을 넘겼던 주가가 이후 하향 곡선을 그리다 급기야 10월 연중 최저점인 6만8300원을 찍었기 때문이다. 개인이 매도로 방향을 틀기 시작한 것도 이 때다. 올 11월 개인 투자자들은 1조306억원 순매도를 기록, 작년 11월(-1조1064억원) 이후 1년 만에 월간 순매도로 돌아섰다. 이달 들어서도 순매도세는 유지되고 있다. 지난 20일 기준 개인은 1조6575억원가량을 팔아치웠다.

반면 이 기간 외국인은 정반대로 베팅했다. 지난달 1일부터 전날까지 삼성전자를 2조8190억원어치 사들였다. 이 시기 개인이 2조6881억원어치 순매도한 점을 고려하면 외국인은 개인들이 던진 물량을 그대로 받은 셈이다.

추가 하락 우려에 차익실현에 나선 개미들과 업황 개선 기대감으로 순매수를 택한 외국인 가운데 누가 승자가 될지 주목된다. 다만 최근 업황을 긍정하는 시각이 잇따르며 주가가 반등을 모색하고 있는 만큼 개인투자자들로서는 손실을 보는 흐름일 전망이다.

증권가도 낙관론을 앞세우고 있다. 내년 3분기 디램의 가격 반등이 본격화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날 박성순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하반기 수요 개선과 함께 디램 가격 반등을 예상한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과 부품 수급난 이슈 등 대외적인 리스크 요인들은 여전하지만 최악의 상황은 이미 통과했고 추가적인 악재를 예상하기도 힘들다. 주가도 이를 반영하며 반등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도 "메모리 반도체에서 디램 가격은 내년 3분기께 업사이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비메모리의 경우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 부문 영업이익률이 10% 중반으로 높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달 들어 삼성전자에 대해 보고서를 발행한 증권사 8곳의 평균 목표주가는 10만750원이다. 이른바 '10만전자'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부각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