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쿠팡·배민, 잇따라 참전
#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직장인 A(28)씨는 연말을 앞두고 예정됐던 친구들과의 모임을 취소하고 대신 '모바일 선물하기'로 마음을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새로운 변이인 오미크론 확산이 걱정됐기 때문이다.이처럼 상대방 연락처만 알면 모바일로 간편히 선물을 보낼 수 있는 '모바일 선물하기' 시장이 코로나19를 맞아 급성장하고 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친숙해진 온라인 선물하기는 여타 주요 업체들이 뛰어들면서 거래액이 연 3조원에 육박했다. 시장이 쑥쑥 크면서 주요 전자상거래(이커머스) 기업이 연달아 참전하며 관련 상품군도 수천만원짜리 명품시계까지 다양화하고 있다.
그는 "'서로에게 어울리지 않는 아이템'을 주제로 '선물하기'로 선물을 보내고 시간을 정해 각자 집에서 온라인 화상 프로그램 줌(ZOOM)으로 얼굴을 보며 '개봉식' 하기로 했다"고 웃어보였다.
3조 넘는 온라인 선물하기 시장…코로나 맞아 '쑥'
21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카카오커머스)가 연 온라인 선물하기 시장은 지난해 총 거래액이 3조5000억원 수준으로 급성장했고, 올해도 우상향 추세다.업계 1위 강자는 시장을 연 카카오다.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카카오의 선물하기 거래액은 전년(2019년) 대비 40% 급증한 2조5300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도 3분기 거래액이 45% 뛰어 성장세가 계속됐다.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를 비롯한 프리미엄 배송상품군 거래액이 70% 늘어난 덕이다.
카카오뿐만이 아니다. 선물하기 시장에 뛰어든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들 거래액도 늘어나는 추세로 나타났다.
쿠팡의 경우 지난해 4월 시작한 '로켓선물하기' 서비스의 연간 거래액 성장률이 336%에 달한다고 밝혔다. 서비스를 시작한 2017년 당시에는 거래액이 2억원대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369억원(송재호 의원실 기준)으로 뛰었고, 올해 역시 '로켓성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지난해 11번가(4110억원)의 거래액이 54% 뛰었고, 네이버(26억원)·SSG닷컴(42억원) 등도 각각 98%, 116%씩 급증했다.
온라인으로 선물을 하는 비대면 선물 문화가 코로나19를 계기로 확연히 자리잡은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20대 소비자의 경우 온라인 쇼핑에 익숙해 선물도 온라인을 활용하는 비율이 높다. 쿠팡 선물하기의 경우 전체 고객의 3분의 1가량(27%)이 20대 고객으로 집계됐다.
판 커지는 선물하기 시장…명품 입점 줄이어
고성장세인 시장에 신규 사업자와 거래 상품군도 늘고 있다.사업자의 경우 장보기 어플리케이션(앱) 큰손 컬리가 지난 9월 '선물하기 서비스'를 새로 시작했다. 앞서 지난해에는 헬스앤드뷰티(H&B) 1위 CJ올리브영이, 배달 앱 1위 '배달의민족'이 진출했다.
상품군도 다양화하고 있다. 샤넬, 구찌, 디올 등 콧대 높은 명품 브랜드들이 선물하기 시장에 입점한 게 특히 눈에 띈다. 티파니앤코 등 고가의 주얼리 및 시계 선물도 가능하다. 일례로 스위스에 뿌리를 둔 하이엔드 브랜드 피아제의 4550만원짜리 시계도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주문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등이 모두 카카오 선물하기에 입점한 만큼 다채로운 선물을 보낼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10만원 이하의 부담 없는 상품이 주력 제품군이다. 올해 쿠팡이 선물하기 상품 매출을 분석한 결과 인기상품 1위는 쿠키나 비스켓, 초콜렛 등 1만원대 상품들이었다. 2위와 3위는 스마트워치, 휴대폰 액세서리 등 소형가전과 기저귀, 유아 도서 등 유아선물이 각각 꼽혔다.
연말연시를 앞두고 코로나19의 새 변이인 오미크론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관련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면서 올 연말에도 비대면으로 안부를 전하고 선물하려는 소비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