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군 머리 위 불쑥 나타나 병력·보급선 타격
터키·이란 등 수출…전문가"신무기 시험장" 우려
에티오피아 정부군 내전 승기…전세 바꾼 건 중동산 드론
1년 넘게 이어지는 에티오피아 내전에서 정부군이 승기를 잡는 데 드론(무장 무인기)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티오피아의 아비 아머드 총리는 지난해 11월 수십 년간 북부 티그라이 지역을 장악해온 반군 인민해방전선(TPLF)이 정부군 군사기지를 공격했다며 공세를 시작해 내전을 본격화했다.

정부군은 내전 초반 반군에 티그라이 지역 대부분을 내줬고, 지난달에는 중부에 있는 수도 아디스아바바 인근까지 밀렸다.

하지만 정부군은 반전에 성공해 에티오피아 북부에서 반군이 장악하던 요충지 2곳을 탈환했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정부군이 전세를 바꿀 수 있었던 것은 아랍에미리트(UAE)와 터키, 이란 등에서 공급받은 무장 드론이 '게임 체인저'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NYT는 보도했다.

반군 사령관인 차드칸 게브레텐새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드론이 머리 위로 나타나 병사들과 보급선들을 타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때 하늘에는 10기의 드론이 있기도 했다"며 "우리는 쉽게 타격할 수 있는 표적이었다"고 말했다.

드론 공격으로 반군은 결국 퇴각할 수밖에 없었다.

반군 측은 에티오피아 정부군의 공습으로 민간인 18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NYT는 미국과 아프리카 정부들이 에티오피아에 휴전과 평화 회담을 촉구하고 이에 대한 협상을 벌이는 동안에도 UAE와 터키, 이란은 에티오피아에 최신식 무인기를 공급했다고 서방 외교관 2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 서방 관료와 전직 에티오피아 관료는 UAE가 에티오피아 정부군을 훈련시키고 전쟁 초기 드론을 통해 반군 포병대와 무기고를 공격하는 등 중요한 군사적 지원을 했다고 NYT에 말했다.

에티오피아 정부군 내전 승기…전세 바꾼 건 중동산 드론
터키 역시 에티오피아를 돕고 있다.

아비 총리는 지난 8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군사협정을 체결했다.

그 결과 에티오피아에 대한 터키의 국방·항공 수출액은 지난해 23만5천달러에서 올해 9천500만 달러로 급증했다고 터키 관료들은 설명했다.

에티오피아에 등장한 바이락타르 TB2 드론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사위가 운영하는 회사가 만든다.

NYT는 터키산 드론은 비교적 저렴해 여러 아프리카 국가가 매력적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에르도안 대통령도 지난 10월 나이지리아와 토고, 앙골라를 순방한 뒤 "아프리카에서도 내가 가는 곳마다 무인항공기를 원한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에티오피아에 대한 수출이 동결됐다고 터키 관료들은 주장했다.

이에 대해 NYT는 에티오피아 내전으로 기아가 계속되고 각종 인권침해 사례가 확인되면서 터키 정부가 국제사회의 압력에 응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에티오피아 내전에서 자행된 모든 폭력 행위를 조사할 국제 전문가 위원회를 설립하기로 한 상태다.

유엔은 내전이 시작된 이래 120만 명이 티그라이 서부에서 쫓겨났으며 적어도 40만명이 기근에 시달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싱크탱크 뉴아메리카재단(NAF)의 드론 전문가 피터 싱어 연구원은 에티오피아 내전이 1930년대 스페인 내전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시 외부 세력들이 내전을 새로운 무기 기술을 시험하는 데 이용했는데 에티오피아 내전도 이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는 또 "드론이 전쟁터에서 '게임 체인저'가 되고 있다"면서도 탈레반은 드론을 운영한 미국을 상대로 20년을 버텨냈다며 "인간의 의지가 전쟁의 결과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에티오피아 정부군 내전 승기…전세 바꾼 건 중동산 드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