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가는 부동산 정책
이재명, 종부세·양도세 등 '
세금 부담 완화' 요구에 靑은 침묵
내년 보유세, 올 공시가 적용
1주택 고령자 '종부세 납부유예'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공시가격 관련 당정 협의를 마친 뒤 “공시가격 상승으로 인해 실수요자의 세 부담이 증가하지 않도록 재산세, 종부세, 건강보험료 등 제도별 완충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공시가 전면 재검토” 카드를 꺼내든 지 이틀 만이다.
당정은 구체적으로 1주택 고령자에 대해 종부세 납부를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과세표준을 산정할 때 적용하는 보유세의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낮추고, 현재 전년 납부액 대비 최대 30%로 돼 있는 재산세 부담 상한선을 하향 조정하는 방안도 논의한다. 내년도 보유세를 매길 때 올해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하는 방안 역시 테이블에 올려놓고 검토하기로 했다.
대선을 앞두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민심이 심상치 않자 보유세 강화를 강하게 주장해온 기존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에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이 후보가 요구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에는 반대 목소리를 낸 청와대도 보유세 일시 완화엔 당정 협의를 지켜보며 침묵하고 있다. 집값 상승에 더해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까지 겹칠 경우 보유세와 건강보험료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데 대한 국민적 반발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민주당 선대위 소속인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민주당이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잘못한 부분은 확실하게 정책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는 게 이 후보의 뜻”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당정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 조절론에 대해선 “검토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문재인 정부가 그간 고수해 온 공시가 현실화는 유지하면서도 이 후보 득표를 위해 보유세를 동결하는 쪽으로 당정이 야합을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야당은 세 부담 완화 방안이 모두 ‘일회성’에 가까운 만큼 노골적인 선거용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일단 민심부터 달래고 선거가 끝난 뒤 다음해 한꺼번에 세금 폭탄을 때리겠다는 거냐”며 “국민을 우습게 아는 조삼모사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은 “내년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나오는 포퓰리즘 정책 때문에 부동산시장의 거래절벽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