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 방역패스 캡처 등 편법 등장…현실적으로 일일이 확인 어려워 혼란
방역패스 도용에 '차별 매장 명단'…사장도 손님도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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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에서 아이디만 바꿔도 미접종자가 QR코드를 접종 완료자로 바꿔 찍을 수 있는데, 일일이 신분증 검사를 할 수도 없고…."(네이버 PC방 운영자 카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 거리두기가 강화된 후 첫 월요일인 20일 자영업자와 손님들의 혼란도 지속하고 있다.

특히 백신 미접종자가 타인의 방역패스를 이용해 식당이나 카페에 드나드는 등 '꼼수'를 쓰는 사례가 나오고, 미접종자를 차별하는 매장들이라며 명단을 정리해 공유하는 온라인 카페까지 개설되는 등 거리두기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 17일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개설된 '비접종자 차별 가게 공유' 카페는 백신 미접종자를 출입할 수 없게 한 매장들을 제보받아 지역별로 정리 중이다.

QR코드와 방역패스 인증을 제대로 하지 않는 곳은 '착한가게'로 부르며 공유된다.

카페 대문에는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라', '비접종자 탄압 반대' 문구가 크게 걸렸다.

비슷한 목적으로 개설된 SNS(소셜미디어) 계정은 이날 오전 기준 2천 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했다.

공유된 식당 목록도 80곳 이상에 이른다.

당근마켓 등 중고시장에는 '방역패스'를 5만원에 빌린다는 글이 올라왔다가 비난을 받자 수그러들기도 했다.

이 밖에도 '꼼수 방역패스'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자영업자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종로구의 한 식당 주인 김모(57)씨는 "점심때 손님들이 몰릴 때는 QR코드 찍어달라고 일일이 말하기도 바쁜데 속이고 들어오려고 작정한 사람을 어떻게 하나하나 걸러내겠느냐"며 최근 다른 사람의 전자예방접종증명서 캡처본이나 QR코드를 악용해 접종자인 척 오는 미접종자들이 있어도 구분하기 어렵다고 했다.

마포구 도화동에서 한 소규모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45) 씨도 방역패스 의무화 이후 손님이 내미는 QR코드와 신분을 대조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손님을 의심하듯 신분증을 보여달라 하는 것 자체가 꺼려지고, 주문이 밀리면 QR도 겨우 확인한다"고 말했다.

강남구 삼성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26) 씨는 "수기 작성을 하겠다고 우기는 손님한테 접종증명서를 보여달라니 스티커 하나를 보여줘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가 심하게 욕을 들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손님들은 손님대로 불만이다.

아파트 헬스장에 등록하러 갔다는 한 직장인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애플리케이션으로 2차 접종 사실을 보여줘도 직원이 '이 인증서가 회원님 것인 줄 어떻게 아느냐'고 해 뭘 더 어떻게 입증해야 하는지 당황스러웠다.

종이 증명서와 신분증을 항상 지참하고 다녀야 하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영등포구에 사는 직장인 한모(30) 씨도 "공연을 보러 갔는데 이전보다 접종 확인 절차가 깐깐해져 놀랐다.

문진표 작성, QR 체크뿐만 아니라 방역패스와 신분증까지 일일이 확인해 입장에 한참 걸렸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날 오후 3시 연극 '마우스피스' 공연을 앞두고는 업체가 운영하는 온라인 사전 문진표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해 관객들이 혼란을 겪기도 했다.

미접종자 A씨는 "지인 한 명은 여자친구와 데이트할 때 친구 명의로 네이버에 로그인해서 QR코드를 찍고 다녔다는데 나도 그럴까 생각 중"이라며 "당장 백신을 맞는다고 방역패스가 나오는 건 아니지 않느냐. 당장 불편하고 일상이 멈추니 과태료 위험까지도 감수하게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는 미접종자 고객을 거부하는 매장에 대한 투표가 이뤄지기도 했다.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인 56.1%가 '분명히 문제 있다'고 답했다.

(김치연 임성호 홍규빈 홍유담 윤우성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