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거리 밖 호박벌도 포착할 가장 크고 강력한 적외선 망원경 아폴로 달 착륙 비견…6개월 뒤 본격가동까지 고비 300여개
허블 우주망원경의 명성을 이으며 우주의 수수께끼로 미뤄뒀던 많은 의문을 풀어줄 차세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 마침내 닷새 뒤인 24일(이하 미국 동부시간) 발사된다.
올해에만 네 차례 발사 일정이 연기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웹 우주망원경은 이날 오전 7시 20분 프랑스령 기아나 쿠오루의 유럽우주국(ESA) 우주센터에서 아리안5호 로켓에 실려 우주로 향한다.
지난 2004년 건조가 시작된 뒤 17년 만이다.
1989년 허블 망원경의 뒤를 이을 적외선 망원경으로 첫 아이디어가 나온 시점부터 따지면 30년이 넘는다.
잇단 개발 지연으로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발사가 연기되면서 실망도 컸지만, 불씨를 유지한 것은 우주를 더 멀리,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가장 크고 강력한 망원경이 밝혀줄 성과에 대한 기대였다.
웹 망원경은 우주 공간에서 태양 빛 차광막과 주경을 펼치는 등 역대 우주선 중 가장 복잡한 우주 배치 과정의 고비를 넘겨야 하지만, 일단 가동되면 빅뱅 이후 1세대 은하, 더 나아가 1세대 별의 폭발까지 들여다보며 우주와 관련된 많은 의문에 답을 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허블 망원경도 작아 보이게 하는 가장 크고, 강력한 적외선 우주망원경
웹 망원경은 근적외선부터 중적외선(600∼28,800nm)으로 우주를 본다.
적외선은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길어 우주의 먼지와 가스를 뚫고 더 멀리 갈 수 있다.
이는 가시광선을 중심으로 자외선부터 근적외선(115∼2,500nm)까지 포착하는 허블망원경보다 웹 망원경이 더 멀리 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웹 망원경은 해상도와 직결된 주경의 크기도 6.6m에 달한다.
지름 1.32m의 육각형 거울 18개를 하나의 거울처럼 이어붙여 허블 망원경(2.4m)이나 같은 적외선 망원경인 스피처 우주망원경(0.85m)보다 훨씬 크다.
두 망원경의 장점을 합쳐 성능을 더욱 강화한 셈인데, 이론적으로 지구에서 약 38만㎞ 떨어진 달에 호박벌이 날아다닌다면 그 열 신호를 감지할 정도라고 한다.
이런 고해상도, 고감도 성능을 이용해 빅뱅 이후 약 3억 년밖에 안 지난 135억 년 전 초기 우주에서 1세대 은하를 찾아낼 수 있으며 1세대 별이 폭발하는 것까지도 포착할 수 있다.
주경을 구성하는 육각형 거울은 가볍고 단단하며 초저온 상태에서도 형태가 쉽게 변하지 않는 베릴륨으로 돼 있다.
겉은 적외선을 부경(0.74m)으로 반사하는데 최적화하기 위해 원자 700개 두께로 금도금을 했다.
이는 인간 머리카락 굵기의 1천분의 1밖에 안 되는 것이다.
웹 망원경은 미세한 열 신호를 포착해야 하는 적외선 망원경 특성상 연처럼 생긴 테니스코트 크기(21×14m)의 태양 빛 차광막을 펼쳐 주요 장비를 열로부터 보호한다.
알루미늄으로 코팅된 폴리이미드 필름으로 만든 차광막은 모두 5겹으로, 태양 빛을 그대로 받는 가장 바깥은 0.05㎜, 안쪽은 0.025㎜ 두께를 갖고 있으며, 막마다 형태와 크기가 조금씩 다르다.
태양 빛을 받는 차광막 바깥은 최대 125도에 달하지만, 안쪽은 영하 235도의 초저온 상태가 된다.
'자외선차단지수'(SPF)를 굳이 따진다면 100만 정도라고 한다.
◇ 아폴로 달 착륙에 비견되는 웹 망원경 어떤 의문 풀어주나
웹 망원경은 아폴로 우주선의 달 착륙과 마찬가지로 인류의 우주에 대한 이해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태양계 행성이나 위성(달)부터 다른 별의 외계행성과 1세대 은하에 이르기까지 기존 망원경의 관측한계로 미뤄놨던 숙제를 하나씩 풀며 새로운 우주 교과서를 써나갈 예정이다.
웹 망원경은 우선 가장 멀리 볼 수 있는 성능을 바탕으로 초기 우주의 1세대 은하를 관측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빅뱅 뒤 이어진 암흑시기에 우주를 채우고 있던 중성 수소와 헬륨이 고에너지를 가진 1세대 별의 빛이 퍼져나가면서 이온화하는 '재이온화 시기'(Epoch of Reionization)를 근적외선으로 들여다보고 이 시기가 언제 어떻게 시작되고 진행됐는지를 파악하게 된다.
또 1세대 은하부터 시작해 가장 가까운 은하까지 모든 단계의 은하를 관측하고 비교함으로써 은하의 형성과 진화를 이해하고, 은하의 분포를 통해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실체에도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지적됐다.
웹 망원경의 중적외선은 먼지와 가스 뒤에 숨은 별 형성 지역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별의 구성 물질인 먼지 자체를 분석함으로써 별의 형성 과정과 진화, 행성계 형성 등과 관련된 의문들을 풀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와 함께 웹 망원경은 분광기로 외계행성의 대기를 분석해 어떤 성분을 가졌는지를 파악할 수 있으며, 태양계 내에서는 행성과 위성은 물론 카이퍼벨트 천체와 혜성, 소행성 등의 표면과 대기의 특성을 알아낼 수 있다.
이는 다른 별에 지구와 같은 행성이 존재하는지, 태양계는 다른 행성계와 얼마나 비슷한지 등에 대한 답을 줄 것으로 보인다.
과학자들은 이런 예상할 수 있는 결과를 넘어 허블망원경이 그랬던 것처럼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뜻밖의 발견도 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발사가 곧 배치 성공은 아냐…300여개 고비 넘겨야 가동
웹 망원경이 우주로 무사히 발사되면 27분 뒤 아리안5호 로켓과 분리된 뒤 태양광 패널과 통신용 안테나를 전개한다.
웬만한 위성은 이 단계를 거치면 우주 배치가 거의 끝나는데 웹 망원경은 이때부터 진짜 고비가 시작된다.
로켓에 싣기에는 너무 커 종이접기처럼 접은 테니스코트 크기의 태양 빛 차광막을 펼쳐 핀으로 고정하고 양쪽으로 3개씩 접은 주경의 육각형 거울도 펴야 한다.
지구에서 약 150만㎞ 떨어진 목표 궤도인 지구와 태양의 '제2라그랑주점'(L2)에 진입해 자리를 잡을 때까지 약 한 달간 50차례의 주요 전개와 178차례의 방출이 이뤄져 단일 미션으로는 가장 복잡한 우주배치가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하나라도 잘못되면 약 100억 달러(11조8천500억원)가 투입된 웹 망원경의 성능을 떨어뜨릴 수 있는 것이 3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고려하면 NASA가 발사 준비 과정에서 작은 오류 하나에도 발사 일정을 연기하며 신중히 대처한 것도 이해할만하다.
L2는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으로 태양에서 봤을 때는 지구 뒤에 숨은 자리다.
웹 망원경은 지구를 따라 태양을 돌아 연료를 최소화하면서 자전하는 지구의 밤 면만 마주해 적외선 망원경에 독이 될 수 있는 열원을 피할 수 있는 데다 심우주통신(DSN)에도 유리해 이곳이 선택됐다.
웹 망원경은 L2 궤도에 진입하면 우선 주경을 미세조정하는데 필요한 근적외선카메라(NIRCam)를 작동할 수 있게 기기 주변 온도를 낮추게 된다.
L2 궤도로 오는 과정에서 태양 빛 차광막을 펼쳤지만 작동 가능 온도로 낮추는 데만 한 주가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경을 하나의 거울처럼 움직이게 미세 조정하고 과학 장비를 점검하는 등 약 6개월의 준비를 거쳐 첫 이미지와 분광 결과를 공개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관측 임무에 나서게 된다.
웹 망원경은 5년에서 최대 10년 이상 활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 웹 망원경이 쿠오루로 간 까닭은
웹 망원경은 미국에서 제작된 뒤 배편으로 16일에 걸친 여정 끝에 지난 10월 초 남미 동북단의 기아나 우주센터로 옮겨져 두 달 넘게 발사 준비를 해왔다.
미국 내에도 우주 발사장이 여러 곳 있지만 지구 자전 속도가 최대화하는 적도 발사장의 이점을 활용하고, 100차례 이상 발사 임무를 수행하며 현존 중형 로켓 중 가장 안정적인 발사체 중 하나로 평가받는 아리안5호를 이용하기 위해 선택됐다.
이에 따라 웹 망원경 탑재와 로켓 발사 관련 부분은 ESA가 담당하고 있다.
ESA는 이외에도 웹 망원경에 장착된 근적외선분광기(NIRSpec)와 중적외선장비(MIRI) 일부도 제공했으며, 이에 대한 대가로 웹 망원경 총 관측 시간의 15%를 할당받았다.
캐나다우주국(CSA)도 정밀유도센서(FGS) 등의 장비를 제공하는 대신 관측시간을 배정받았다.
NASA는 유럽과 캐나다를 포함해 14개국 과학자와 기술자 수천여명이 웹 망원경 건조에 참여했으며, 41개국 과학자가 가동 첫 해에 관측시간을 배정 받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