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따라하기' 김정은 '3대 세습' 강조에도 사진 아예 없는듯
북 '김정일 10주기' 사진집…김일성·김정은 함께 찍은 사진없어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10주기를 맞아 공개한 '3대 세습 지도자' 사진집에 김일성 주석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함께 찍은 사진은 포함되지 않아 눈길을 끈다.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17일 특집 코너를 통해 '조국과 인민을 위해 바치신 절세위인의 불멸의 업적' 제목으로 김정일 10주기 기념 사진집을 제작해 공개했다.

이 사진집에는 김정일이 후계자 신분 초기부터 김 주석과 함께 다니며 현지 시찰한 사진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후계자 시절에 함께 찍은 사진 등 55장이 담겼다.

사실상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백두혈통을 상징하는 북한 3대 세습 지도자의 사진첩을 기획한 셈이다.

김일성과 김정일이 함께 찍은 사진은 6장, 김정일과 김정은이 함께 찍은 사진은 2011년 12월 김정일과 같은 옷을 입고 찍은 사진 등 4장이 포함됐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할아버지 김 주석과 함께 찍은 사진은 한 장도 없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그동안 머리 스타일과 옷차림, 사소한 버릇까지도 '할아버지 따라하기'를 즐겼는데 정작 할아버지와 손자가 함께 찍은 사진만 들어가지 않았다.

앞서 북한 매체에서도 김일성과 김정은이 함께 찍힌 사진은 한 번도 공개된 바 없다.

북 '김정일 10주기' 사진집…김일성·김정은 함께 찍은 사진없어
백두혈통의 정당성과 '3대 세습'을 내세우는 김정은 위원장의 스타일을 고려하면 북한이 할아버지와 손자의 사진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같이 찍힌 사진이 없어 공개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조부와 함께 찍은 사진이 있었다면 지금껏 짧은 머리와 검은색 오버코트, 코트 안쪽으로 오른손을 넣는 버릇까지도 김일성 주석을 모방하며 은연중에 자신의 집권을 정당화하던 김정은이 일찍 선전에 활용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정일이 아버지가 지켜보는 가운데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린 부인은 둘째 부인인 김영숙이다.

김정은의 생모 고용희를 포함해 김정일과 동거한 다른 부인과 낳은 자녀에 대해서는 김일성에 대한 접근을 철저히 통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주석은 1994년 사망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1984년생이어서 이들의 접촉 가능한 기간이 10년이나 된다.

김일성 주석이 김정일이 다른 부인들과 낳은 자녀의 존재를 알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이들과 직접 만난 적은 한 차례도 없다고 볼 수 있다.

김정은뿐 아니라 김정은의 친형인 김정철, 동생 김여정, 이복형 김정남 역시 마찬가지다.

김정은 형제 중 김일성 주석을 만난 손자는 김영숙의 두 딸이 유일한 셈이다.

북 '김정일 10주기' 사진집…김일성·김정은 함께 찍은 사진없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