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10주기인 1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대를 이은 충성을 촉구하고 유일적 영도체제 확립을 강조했다.
김정일 10주기를 전후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 제재와 압박이 가중되는 데 대한 별다른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김정일 추모 분위기를 띄우며 내부 결속에만 주력하는 모습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1면에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는 우리 당과 혁명의 영원한 수령이시며 주체의 태양이시다' 제목의 추모 사설을 게재, 김정일의 '업적'을 찬양하고 이를 김 위원장을 향한 충성을 촉구하는 계기로 활용했다.
사설은 "우리가 남들 같으면 열백번도 더 쓰러졌을 혹독한 시련 속에서 자주권과 발전권을 수호하고 강대한 국가건설 위업을 활력있게 진척시켜올 수 있는 것은 장군님의 혁명사상과 노선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김정일에 의해 체제고수가 가능했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면서 "김정은 동지의 사상과 영도를 충직하게 받드는데 장군님에 대한 도덕 의리를 다하는 길이 있다"며 김정은 위원장의 사상과 영도를 "순결한 양심과 의리"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전당과 온 사회에 총비서동지의 유일적 영도밑에 하나와 같이 움직이는 강철같은 규율과 질서를 철저히 확립해야 한다"며 "총비서 동지에 대한 절대적 신뢰심을 지니고 총비서 동지께 운명도 미래도 전적으로 의탁하며 총비서 동지의 안녕과 권위를 목숨으로 결사옹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외에도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은 이날 김정일 10주기 관련 기사들로 도배했고 조선중앙TV는 평일임에도 오전 8시부터 방송을 시작했다.
다만 오전 현재 김정은 위원장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소식이나 중앙추모대회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앞서 김 위원장은 김정일 1주기 때부터 매년 김일성·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을 참배했다.
올해는 10주기인 만큼 금수산을 참배하고, 중앙추모대회를 열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왔다.
중앙추모대회는 2012∼14년과 5주기인 2016년 각각 열렸다.
북한 내부의 김정일 10주기 추모 분위기와는 달리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은 가중되는 모양새다.
유엔총회에서 10주기인 이날 17년 연속 북한 인권결의안을 채택했고, 미국 국무부는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 잔류시키기로 했다.
지난 10일 세계 인권의 날에는 미국 재무부가 북한의 인권 침해 가담자들을 제재 대상에 올리고 북한과 무역거래를 한 중국·러시아 기업을 제재하는 등 바이든 행정부 들어 처음으로 새 대북제재를 가했다.
바이든 미 행정부가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북한이 중시하는 김정일 10주기를 전후로 잇단 강경 압박 조치를 가하면서 추모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형국이다.
북한은 현재까지 이런 압박 조치에 대한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달 말 대내외 노선과 정책을 결정하는 노동당 전원회의가 예정돼 있는 만큼 김 위원장이 직접 연설을 통해 관련 입장을 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