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지도부와 면담…양경수 "한국 노동 현실상 반대할 수밖에"
민주노총 찾은 강경화 "ILO사무총장, 한국이 놓칠 수 없는 기회"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 선거에 출마한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이 15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찾아 지지를 요청했지만, 민주노총은 출마 반대 뜻을 굽히지 않았다.

강 전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양경수 위원장 등 지도부를 만나 "내가 노동권은 아니지만, UN 등에서 인권 관련 업무를 오래 해 ILO가 필요로 하는 리더십과 역량을 갖췄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나라가 놓칠 수 없는 기회 같다"고 강조했다.

강 전 장관은 "노조 측과 충분한 협의 없이 출마해 민주노총이 공개적으로 반대한다고 말씀하신 데 대해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내가 차기 사무총장이 된다면 우리 노동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고 노동권을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올해 10월초 강 전 장관이 ILO 사무총장에 입후보하자 논평을 내고 "그의 경험과 비전은 ILO 사무총장 직책과 한참 거리가 멀다"며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강 전 장관의 노동 관련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강 전 장관은 이와 관련해 "결국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는 문제로 귀착될 수 있을 것 같다"며 "국제사회에서 노동 일을 하면 그 동력으로 국내 노동의 진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양 위원장은 "국제노총의 기준도 있지만, 무엇보다 한국 노동의 열악한 현실상 출마 자체를 반대할 수밖에 없다"며 "굉장히 여러 측면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노동 관련 분야를 불과 두어 달의 공부로 조율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한 민주노총 간부가 양 위원장이 서울 도심에서 불법 집회·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돼 있던 기간에 강 전 장관이 입후보한 점을 언급하며 "용감하다"고 비판하자 강 전 장관은 "문제가 있다는 데 나도 충분히 공감한다"고 답했다.

민주노총 간부의 이 같은 발언은 강 전 장관이 양 위원장을 구속한 문재인 정부에서 장관을 지냈다는 사실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노총은 앞으로도 강 전 장관의 ILO 사무총장 출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유지할 방침이다.

민주노총과 함께 양대 노총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강 전 장관의 출마에 대해 지지 입장을 밝힌 상태다.

ILO 차기 사무총장 선거는 내년 3월 25일 열린다.

민주노총 찾은 강경화 "ILO사무총장, 한국이 놓칠 수 없는 기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