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부 보이스피싱에 5천만원 날릴 뻔…택시기사 신고로 모면

"딸 납치됐다"는 전화에 이동중, 택시기사 제보로 경찰관이 막아

택시 기사의 기지와 경찰의 차분한 대응으로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았다.

지난 14일 오후 2시께 정읍경찰서 112상황실로 "할아버지와 할머니 두 분이 버스터미널 근처에서 내렸는데 조금 이상하다"는 택시 기사의 신고가 접수됐다.

역전지구대 김명성 경위와 이한옥 경장은 곧장 터미널 근처로 출동했다.

택시 기사 신고대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구석진 골목에서 전화를 받으며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경찰관이 다가가도 몸을 피할 뿐이었다.

불안한 발걸음과 끊지 않는 전화, 경찰관을 경계하는 눈빛.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라고 직감한 김 경위는 두 어르신에게 말을 붙였지만 그들은 연신 시선을 피할 뿐이었다.

실랑이 끝에 김 경위는 할머니 손에 든 휴대전화를 빼앗았다.

그러자 할머니는 "딸이 납치됐다.

절대 경찰을 부르면 안 된다고 했다"고 울먹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할아버지 품속에는 현금 5천만원도 있었다.

보이스피싱이 확실했다.

두 어르신을 안심시키기 위해 김 경위는 자신의 휴대전화로 할머니의 자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딸의 목소리를 듣고도 할머니는 "우리 딸이 아니다"며 믿지 못한 채 빨리 현금을 가지고 가야 한다며 버텼다.

김 경위는 다시 자녀에게 전화해 영상통화를 요청했다.

휴대전화 화면에서 회사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딸의 모습을 본 뒤에야 두 어르신은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다.

두 어르신과 함께 지구대로 돌아온 김 경위는 깜짝 놀랐을 그들을 다독이며 보이스피싱임을 재차 설명했다.

또 택시를 불러 "두 분이 다른 장소에 내려달라고 해도 절대 멈추지 말고 자녀에게 데려다 달라"고 요청도 했다.

무사히 부모를 만난 자녀는 경찰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김 경위는 "큰 피해를 예방할 수 있어 참 다행이었다"라면서 "자녀가 납치됐으니 현금을 준비하라는 전화는 고령의 노인을 노린 보이스피싱 범죄인 만큼 수상한 전화를 받으면 즉시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