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방역패스 먹통' 같은 사태가 국민의 방역불신 키운다
단계적 일상 회복을 통해 국민 건강을 지키고 일상도 돌려주겠다는 정부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도처에서 준비 없이 진행된 '위드코로나'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방역패스 먹통 혼란이 대표적이다.

의무시행 첫날인 13일 점심, 저녁때 식당을 찾은 사람들이 접종증명 발급 시스템에 대거 접속하면서 쿠브(COOV) 서버에 과부하가 걸리는 바람에 전국 곳곳에서 혼선이 빚어졌다.

방역패스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다가 적발되면 사업주는 150만 원 과태료에 10일간 영업중단 명령을 받을 수 있다.

과태료가 무서워 정부 방침을 지키려던 식당들은 방역패스를 발급받지 못한 손님들을 되돌려 보내기도 했고, 일부 식당들은 수기명부를 쓰게 하거나 아무런 확인 절차 없이 그냥 손님을 받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확산세를 잡겠다며 도입한 방역패스가 오히려 감염 위험을 배가시킨 꼴이 됐다.

전국 곳곳에서 QR 코드가 먹통이 되면서 불만이 폭주하자 정부는 이날 저녁에 "방역 패스 시스템 과부하로 오늘은 방역패스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안내문을 급히 뿌렸다.

점심때 오류가 발생했으면 긴급 서버 증설 같은 조처를 해야 했는데도 이를 하지 않고 있다가 저녁때 같은 소동이 빚어지자 방역패스 적용 포기를 선언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 6일부터 방역패스 적용대상을 식당ㆍ카페 등 16개 업종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하면서 국민이 준비기간을 갖도록 1주일 계도 기간을 갖겠다고 했다.

그런데 계도기간이 끝나자마자 이런 혼란이 발생했다.

"국민한테는 준비하라면서 정부는 그동안 무슨 준비를 했느냐"는 질타를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정부는 14일 "인증 처리량이 급증했는데 시스템이 미흡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과부하가 발생했다"면서 서버 긴급 증설 작업 및 서비스 최적화 작업을 통해 원활한 발급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뒤늦게 사과했다.

지난 7월 예방접종 예약을 받을 때도 서버 과부하 등으로 네 차례나 먹통 현상이 빚어진 바 있는데, 또다시 이용자 예측에 실패해 이런 혼선을 빚은 것은 정부의 안일함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방역패스 발급 시스템만 문제가 아니다.

자영업자 카페에는 "친구나 부모님 아이디로 로그인해 인증하면 확인할 방법이 없는데도 문제가 생기면 업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정부가 방역 부담을 소상공인에게 전가하는 것", "이용자는 과태료 10만 원인데 업주는 150만 원을 부과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등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QR코드 확인용 장비를 업주들이 미처 준비하지 못한 경우도 있고,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지 않은 노령층의 불편 호소도 잇따르고 있다.

성인 백신접종 완료율이 90%가 넘고, 최근 확진자 가운데 돌파감염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방역패스가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지적도 여전하다.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엄중한 시기에 정부의 대책이나 조치가 우물쭈물하거나 미진할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추이에 따라 강화된 방역지침을 발표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 제한, 사적 모임 규모 축소 등의 거리두기 강화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위드코로나 중단을 뜻한다.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경제를 위해 위드코로나를 택한 것이 정부였다.

확진자 수가 증가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병상 확보나 방역시스템 마련 등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방역패스 먹통 등의 혼선이나 차질이 반복될 경우 정부 방역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위중증 환자가 900명을 넘어서고 사망자가 100명에 육박하는 엄중한 시기에 국민의 방역 불신이 확산하면 자칫 방역과 경제가 모두 무너지는 총체적 난국이 빚어질 수도 있음을 정부는 유념해야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