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태양광 산업을 보호하려는 미국의 노력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 행정부는 자국 태양광 제품의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중국산 제품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그 결과 중국산 제품의 수입은 줄었지만, 그 공백을 미국이 아닌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차지했다는 지적이다.

노르웨이 리서치회사 리스타드에너지는 12일(현지시간)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미국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 이하로 추정된다. 중국산 비중은 2008년 22%에서 2011년 57%로 치솟았다. 중국 태양광 업체들이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압도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2년 미국이 중국산 태양광 모듈에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하면서 점유율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사이 미국의 태양광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올해 미국의 태양광 모듈 수입 규모는 27.8GW(기가와트)로 지난해(26.7GW)보다 커진 것으로 관측된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89억달러이며 사상 최대 수준이다.

문제는 미국 태양광 업체들이 중국의 빈자리를 차지하지 못하고, 다른 아시아 국가에 내어줬다는 점이다. 올해 미국에서 제조된 태양광 모듈 규모는 5.2GW로 수입 용량(27.8GW)의 18.7% 수준이다. 반면 아시아 기업들은 공격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태양광 모듈 수입 시장의 국가별 점유율을 보면 말레이시아(42%)와 베트남(38%)이 1·2위를 차지했다. 올해에는 이들 국가의 비중이 각각 31%와 28.8%로 감소했는데, 이는 태국과 한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의 점유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리스타드는 설명했다.

마르셀로 오르테가 리스타드에너지 재생에너지 담당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관세는 자국 태양광 모듈 생산을 늘리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미국 기업들이 경쟁 우위를 확보하도록 하려면 다른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미 에너지부는 2035년까지 미국의 전력 40% 이상을 태양광발전기를 통해 공급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지난 8월 공개했다. 현재 미국의 태양광 전력 비중은 3%에 불과하다.

태양광 패널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의 경우 전 세계 유통량의 45%가 중국 신장위구르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다. 중국 내 다른 지역 물량까지 포함하면 글로벌 생산량의 80%는 중국산이다.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등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태양광 모듈 상당수도 사실은 중국 기업이 현지에 세운 생산시설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리스타드는 지적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