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천600만년 전 어류 화석 가시에 남은 성장선 등 분석 결과
"공룡들의 마지막 봄"…공룡대멸종 칙술루브 소행성 봄에 충돌
약 6천600만년 전 멕시코 유카탄반도 칙술루브에 충돌하며 공룡을 비롯해 지구상의 생물 75%를 멸종한 소행성이 봄에 떨어진 것으로 특정됐다.

지구를 1억6천500만년 걸쳐 지배했던 공룡 시대에 종지부를 찍은 칙술루브 소행성 충돌 시기가 구체적으로 제시된 것은 처음이다.

미국 플로리다애틀랜틱대학교(FAU)에 따르면 이 대학 지구과학과 겸임교수 로버트 드팔머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지구 역사상 세 번째로 큰 대멸종을 가져온 칙술루브 소행성의 충돌 시기를 봄으로 제시하는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했다.

생물은 계절에 맞춰 번식하고 먹이 전략이나 새끼 돌봄 등을 달리해 칙술루브 소행성이 어느 계절에 충돌했는지는 충돌의 파괴력을 파악하는 데 있어 중요한 변수가 되지만 지금까지는 안갯속에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소행성 충돌 직후인 백악기 말기와 고(古)제3기(K-Pg) 사이 지층이 가장 자세하게 드러난 노스다코타주 남서부 타니스 지역에서 발굴된 화석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타니스 지역은 드팔머 교수가 지난 2019년에 발표한 연구를 통해 소행성 충돌로 인한 대규모 쓰나미로 물이 밀려들었다가 빠지면서 많은 동식물과 소행성 분출물 등이 퇴적물과 뒤섞여 형성된 것으로 제시돼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타니스에서 발굴된 어류 화석 가시의 독특한 성장선 구조와 형태를 분석해 모두 봄에서 여름으로 이어지는 시기에 죽음을 맞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성장선에 대한 첨단 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봄∼여름 성장기에 성장이 멈춘 것도 밝혀냈다.

이 밖에 가장 어린 물고기 화석을 현대 어류의 성장률과 비교하고 부화 시기 등을 고려한 결과, 가시 성장선 분석 결과와 마찬가지로 봄에서 여름으로 이어지는 시기에 화석이 됐다는 점도 추론해 냈다.

논문 공동 저자인 안톤 올레이니크 부교수는 타니스에서 발굴된 화석이 "K-Pg 경계 때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뿐만 아니라 언제 발생했는지에 관해 새롭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상세한 통찰력을 제공해 줬다"면서 "여러가지 독립적 증거들이 6천600만년 전 어느 계절에 소행성이 떨어졌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놀라움에 부족함이 없다"고 했다.

드팔머 교수는 "이번과 같은 큰 발견의 장점은 과학계와 세계에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면서 "중요한 의문에 대한 답을 해줬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연구가 이뤄져 성과를 내도록 자극한다"고 했다.

연구팀은 타니스 현장에는 아직 많은 연구 과제가 남아있으며, 추가적인 연구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