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13일 서울 소동동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4회 글로벌인텔리전스서밋(GIS)에서 축사하고 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제공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13일 서울 소동동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4회 글로벌인텔리전스서밋(GIS)에서 축사하고 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제공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미국이 더 담대하게 자국의 백신을 주겠다고 제안한다면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는 모멘텀이 조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대북 제재 완화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것이 미·북 대화 재개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박 원장은 13일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주최로 열린 ‘2021 글로벌 인텔리전스서밋’에 참석해 “북한은 백신 접종 계획도 없고 코백스 백신도 거절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와 협력을 통해 현 상황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북한은 싱가포르에서 기대를 갖게 됐지만 하노이에서 좌절했다”며 “김정은 위원장은 행동 대 행동, 단계적 실천을 통한 신뢰 회복 조치를 믿고 하노이에서 비핵화 프로그램, 즉 ‘영변 폐기’를 제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을 향해 대북 제재 완화에 대한 관심을 보일 것도 촉구했다. 박 원장은 “김정은 위원장은 ‘자신은 지난 4년 동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단 등 핵 모라토리엄을 실천해왔는데 미국으로부터 받은 것이 무엇이냐’는 불만이 있을 것”이라며 “북한이 당시 영변 폐기의 반대급부로 요구했던 민생 분야 제재 해제, 즉 정제유 수입, 석탄 광물질 수출, 생필품 수입에 대해 미국이 어떤 식으로든 관심을 표명하는 것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 재개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미·북 대화 교착 상태에 대해서는 ‘고장 난 축음기’에 비유했다. 박 원장은 “21년 전 김대중 대통령의 6.15 특사로 북한과 직접 대화하고 이후에도 대화와 교류를 해 온 경험이 있다”며 “지난 21년 간 미국은 북한 인권 문제를, 북한은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고장 난 축음기처럼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상황은 똑같고 여기에 북핵 문제가 또 추가됐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주장하는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 것도 대화의 의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박 원장은 “북한도 이제 열린 자세로 대화의 장에 나와 한·미가 검토 중인 종전선언을 비롯해 상호 주요 관심사를 논의할 것을 촉구한다”며 “적대시 정책 및 이중기준 철회 문제도 주요 관심사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