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호적 분위기서 만났지만…韓 "입장 명확 전달" vs 日 "적절 대응 요구"
외교당국 의사소통 가속화에는 공감…정의용 "협력분야 많아, 대화로 해결"
한일 외교장관, 영국 G7서 첫 대면…과거사 현안 견해차 확인(종합2보)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회의가 열린 영국 리버풀에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일본의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신임 외무상이 처음으로 대면했다.

12일 외교부와 외신에 따르면 정 장관과 하야시 외무상은 전날 G7 및 초청국 외교장관들이 참석한 리셉션에서 잠시 만나 인사를 나누고 한일관계 현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정 장관은 초청국 자격으로 이번 회의에 참여했다.

지난달 10일 취임한 하야시 외무상과 직접 만난 것은 처음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두 장관이) 자연스럽게 조우해 우호적 분위기에서 인사를 교환하고 환담을 가졌다"고 전했다.

두 장관은 강제징용 피해자 및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현안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며 견해차를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정 장관은 과거사 현안에 대한 한국 정부 입장을 명확히 전달했다.

하야시 외무상 역시 일본의 일관된 입장을 설명하고 한국 정부가 적절하게 대응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고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한국은 과거사 현안 해결을 위해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제안을 논의하는 데 열려 있다는 입장이지만, 일본은 한국이 먼저 전향적인 해법을 가져오라고 일방적으로 요구해 양국관계가 그간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다만 정 장관은 이외에도 양국이 협력할 분야가 많은 만큼 대화를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양측은 앞으로 한일관계를 잘 발전시키기 위해 고위급부터 실무급까지 외교 당국 간 소통을 긴밀히 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언론도 한일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돌려놓기 위해 의사소통을 가속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양측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 등과 관련해 한일·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확인했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덧붙였다.

한반도 문제 협력 및 외교당국 간 소통 필요성에 의견을 같이했지만 현안에 대한 입장이 '평행선'을 달린 만큼 향후 관계개선 모멘텀이 마련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번 회의에서는 두 장관의 체류 일정상 정식 양자회담도 추진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 장관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도 행사장에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대화 재개 방안이나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등 미중 갈등 사안에 대한 의견교환이 있었을지 주목된다.

양측이 리버풀 체류 기간 이른바 '풀어사이드'(pull aside·약식 회담) 형태 등으로 회동을 조율할 가능성도 있다.

한일 외교장관, 영국 G7서 첫 대면…과거사 현안 견해차 확인(종합2보)
아울러 정 장관은 G7 회의 참석을 계기로 독일, 호주, 영국 등과도 회담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장관은 이날 G7 회원국과 한국·호주 등 초청국,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 외교장관이 참석하는 확대회의에 참석했다.

미 국무부는 앞서 블링컨 장관의 참석 일정을 공지하면서 회의 의제로 '인도·태평양 지역의 인프라, 기술, 그리고 공동의 안보(Shared Security)'를 언급했다.

외교부도 정 장관이 백신과 국제보건안보, 인도·태평양 지역의 경제 및 안보, 양성평등 등 논의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G7 국가들이 아태지역 국가들을 대거 초청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목적이라는 해석이 많다.

최근 미국·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들은 중국이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통해 개발도상국들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안적' 인프라 지원 구상을 추진하고 있으며 아세안이 핵심 격전장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한국 등 역내 동맹국들의 협력을 필요로 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