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개사 등록·선점 경쟁…금융사별 강점 부각 총력전
은행 데이터 오류 불만에 카드 실적·보험 정보 제한 지적도
'보험·카드' 삼성금융사 제재 이슈로 불참 속 데이터 신경전
금융투자업계, 안정적 시스템 구축·제휴 기관 확대 요구
'내 금융비서' 마이데이터 시범 서비스…오류·불편 잇따라
'내 손 안의 금융비서'로 불리는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가 지난 1일부터 시범 서비스에 돌입하면서 큰 관심을 받고 있지만, 오류 및 불편 호소도 잇따르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내년 1월 본 서비스를 앞두고 시범 서비스 기간에 문제점을 최대한 해결하겠다고 하지만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금융 규제의 벽이 여전해 마이데이터 활성화에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마이데이터는 흩어진 개인 신용정보를 한곳에 모아 보여주고 재무 현황·소비패턴 등을 분석해 적합한 금융상품 등을 추천해주는 등 자산·신용관리를 도와주는 서비스로 총 50여개사가 등록했다.

금융 소비자는 일일이 각 금융사의 앱에 들어갈 필요 없이 마이데이터를 통해 본인 정보를 한눈에 통합 조회할 수 있어 편리하다.

◇ 은행 대거 참여…오류 잦고 동의 과정 복잡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에서는 KB국민·신한·NH농협·하나·우리·SC제일은행 등 10개사가 마이데이터 서비스 본허가를 얻은 상태로, 이 가운데 대부분의 은행은 이달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거나 개시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은 부동산 시세 정보 등의 강점을 살려 내집·내차 마련 금융전략을 제시하는 '부동산·자동차관리 서비스', 일상 속 실물자산 관리를 위한 '마이금고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내 금융비서' 마이데이터 시범 서비스…오류·불편 잇따라
신한은행은 1천91개 예·적금 상품, 1천46개 대출 상품, 1천384개 카드 상품, 1만2천229개 펀드 상품 정보를 바탕으로 최적의 금융상품을 추천해주는 '골라드림 서비스'를 앞세워 마이데이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금융자산을 객관적 지표와 비교·분석해 자산관리 스타일 진단과 처방을 제공하고 해외여행·직구·해외주식 투자 등과 관련해 외화자산 적립을 도와주는 '환테크 챌린지' 서비스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우리은행은 자산 통합조회와 소비·지출 분석, 미래 현금흐름 시뮬레이션으로 이어지는 '한눈에, 한손에' 서비스를 강조하고 있다.

NH농협은행도 투자·절세, 연체 방지, 자산관리, 혜택 부문으로 나눠 서비스 중이다.

은행들은 현행 마이데이터 시스템에서 정보 제공기관들이 데이터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오류가 잦다는 점을 공통으로 지적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참여하는 모든 회사의 시스템 개발 수준이 상향 평준화해야 고객이 만족할만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 마이데이터 이용자가 자신의 정보를 취합하기 위해 처리해야 하는 동의서 수와 분량이 너무 많다는 지적도 있다.

◇ '보험·카드' 삼성금융사 빠진 채 데이터 제공 신경전
보험·카드 업계에서는 제재 이슈로 생·손보 1위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마이데이터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고 주요 카드사인 삼성카드 또한 마찬가지다.

이 때문인지 보험업계 전체가 마이데이터 사업에 다소 소극적이다.

보험업계는 교보생명과 KB손해보험만 본허가를 받았다.

교보생명은 1월, KB생명은 3월에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교보생명은 금융, 건강, 교육, 문화의 영역을 중심으로 교보생명의 아이덴티티를 살린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KB손해보험은 개인자산관리서비스, 오픈 인슈어런스, 헬스케어 연계 서비스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보험의 경우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마이데이터 정보 공개 범위에서 피보험자 관련 내용은 제외돼 불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카드업계는 마이데이터 사업에 매우 적극적이다.

신한카드, KB국민카드, 현대카드, 하나카드, BC카드 등은 마이데이터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신한플레이, KB페이, 페이북 등 각 카드사의 간편결제 플랫폼(앱카드)을 기반으로 이용자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우리카드와 롯데카드도 곧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현대캐피탈의 경우 자동차금융에 특화해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공략할 계획이다.

카드사들은 소비 결제 데이터라는 마이데이터 서비스의 핵심 데이터를 제공하는 만큼 '빅테크'와 데이터 제공 범위를 놓고 신경전도 이어지고 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에서는 카드 실적 서비스 제공이 중단됐다.

카드 실적 관련 정보는 신용 정보가 아니라 카드사에서 가공한 정보로 분류돼 마이데이터 표준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 제공 항목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 금투업계 신중한 참여…"시스템 안정·참여기관 확대 우선"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하나금융투자가 이달 시범 서비스에 돌입했다.

증권사들은 코로나19 이후 이른바 '동학 개미'들의 직접 투자가 급증한 만큼 이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투자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통합자산관리 앱에서 여러 증권사에 흩어져 있는 보유 종목을 한눈에 확인하고 투자 성과를 비교해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키움증권도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내놓고 주식·펀드 등 투자 상황을 점검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내 금융비서' 마이데이터 시범 서비스…오류·불편 잇따라
금융투자업계는 당장은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와 경쟁 구도에서 비껴나 있지만,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화하면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자산이 은행에서 증권 쪽으로 옮겨 가는 추세인 만큼 결국에는 투자자산 관리를 어떻게 할 거냐로 콘텐츠 싸움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빅테크들이 점점 금융투자 쪽으로 넘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압도적 이용자 수를 가진 쪽과 오랜 기간 투자 전문성을 가진 쪽 가운데 어디가 이길 거냐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마이데이터 시범 서비스 단계인 현재로서는 정식 출범을 앞두고 안정적 시스템 구축과 제휴 기관 수 확대가 급선무라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지적이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우리가 아무리 개발을 잘해도 제휴 상대방 기관에서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으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애초 의도대로 '내 금융정보'를 전부 가져와서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지금은 시범 서비스 기간이라 이용자들도 이해하는 것 같지만 정보 제공기관 자체가 많지 않다는 점, 데이터 품질 정제가 필요하다는 점은 정식 서비스 출범까지는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