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광주교육대 다니던 아들,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사망
관련 소송서 교사 인정안 돼 '일용직 지위' 판결…아들 사연 국민청원 올려
"아들의 꿈, 지키고 싶습니다" 뺑소니로 아들 잃은 아비의 한탄
"법은 우리 아들이 교사가 될 가능성을 인정하지 못하겠다고 하네요.

먼저 간 아들의 한이 걱정돼 세상 사람들에게나마 아들의 꿈을 인정받고 싶습니다.

"
그는 자신을 스스로 '아들을 먼저 보낸 무능한 아버지'라고 칭한다.

2019년 7월 28일 오전 3시께 병원 응급실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교통사고를 당한 아들의 심장이 멈춰 심폐소생술 중이라는 다급한 전화였다.

응급실에 도착한 후 그는 눈을 감고 누워 있는 아들 앞에 서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아들아! 아빠 왔다.

일어나라"고 손을 붙잡고 말했어야 했다는 후회가 지금도 그를 때린다.

아들 박혁희(당시 20세·대학 2학년) 씨는 광주 교육대학교 앞 도로를 건너다 쏜살같이 달려온 SUV 차량에 치여 숨졌다.

가해 차량 운전자는 차량을 세우지 않고 그대로 도주했고, 이를 목격한 시민들 신고로 2∼3㎞ 떨어진 유원지 인근에서 붙잡혔다.

혈중알코올농도 0.159%로 만취 상태였던 그는 "겁이 나서 도망갔다"고 했다.

가해 운전자는 2심까지 간 재판 끝에 징역 5년 형을 선고받았다.

혁희 씨 아버지는 그를 끝까지 용서하지 않았고, 그래서 합의도 해주지도 않았다.

"아들의 꿈, 지키고 싶습니다" 뺑소니로 아들 잃은 아비의 한탄
아들의 꿈은 초등학교 교사가 되는 것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아버지에게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말 대신 "교대에 가겠다"고 말한 아들은 착실히 꿈을 키워갔다.

수능 5과목에서 1등급을 받은 아들은 29명 중 8등으로 광주교대 특정 학과에 합격했다.

아버지는 아들을 떠나보냈지만, 아들이 하늘에서나마 누군가에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삼는 꿈을 이루길 바랐다.

아들을 마음속에서 보내 주려 하는 그를 다시 주저앉힌 건, 보험 보상 소송 과정의 냉정한 논리들이었다.

1, 2심에서는 시험 치를 기회마저 빼앗겨버린 아들을 두고 '임용고시 합격'이라는 객관적 자료가 없다며, 교사로서 인정할 수 없다고 선고했다.

결국 아들은 '일용근로자'에 준하는 보상기준이 정해지게 됐다.

아들을 두고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 한다는 세상의 손가락질이 오해가 두려워 망설여지기도 하지만, 아버지는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하기로 했다.

마음속으로는 소송에서 이길 수 있다는 가능성은 이미 포기한 상태다.

다만 아들의 꿈인 초등학교 교사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키려 했다는 아버지의 마지막 역할을 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동안 아들의 빈자리를 메워준 교대 선배·후배·동기들은 혁희에게 마지막 선물로 주겠다며 '명예졸업장' 수여 청원을 대학 측에 올렸다.

혁희 씨 아버지는 12일 "1, 2심에서 잇따라 패소하며 아들의 초등학교 교사의 꿈을 법으로는 더는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다만 아들이 교사가 될 수 있는 인물이었고, 그 꿈을 뺑소니 음주운전으로 빼앗긴 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행동에 나선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아빠, 나 정말 할 수 있는데…기회만 주라고 해봐!"라고 아들이 생전에 했던 말을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에 아들의 사연을 올렸고, 이날까지 1천여 명이 청원에 동의한 상태다.

"아들의 꿈, 지키고 싶습니다" 뺑소니로 아들 잃은 아비의 한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