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된 열대 우림은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다면 20년 뒤 저절로 복원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은 다국적 연구진이 과학 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이렇게 밝히고, 이는 자연재해나 인재로 파괴된 우림에 남아 있는 동식물 군에 의해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새로운 우림이 형성되는 소위 '2차 천이(遷移)'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디언은 이 연구 결과는 기후 변화의 속도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고,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천적 지침을 제공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지난 수십 년간 재앙에 가까운 기후변화가 초래한 손실을 만회할 시간이 아직 남아 있음을 의미한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로런스 푸터 네덜란드 바헤닝언대학교 기능생태학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20년이란 시간은 나나 내 딸 또는 정책 결정자들에게도 '현실적인'이라는 점에서 매우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인공 식재를 선호해 종종 자연의 재생 능력을 간과하지만, 자연적 재생이 식재를 통한 복구 노력과 비교해 더 좋은 결과를 낳는다며, 특히 "생물다양성과 기후 변화 속도 완화, 숲속 자양분의 복원이라는 측면에서 훨씬 더 좋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에서 각국 연구진 90여 명은 남북미와 서아프리카 등 3개 대륙 열대 우림 77곳 2천275개 소구역에 관한 각종 데이터를 정밀 분석해 우림이 어떻게 복원되는지를 밝혀냈다.

"파괴된 열대우림, 가만 놔두면 20년 뒤 저절로 복원"
이들은 토양과 식물의 기능, 생태 시스템, 생물다양성 등 12가지 기준을 놓고 이들 지역을 관찰한 뒤 시계열분석 기법으로 이를 모델화해 100년 뒤 숲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알아냈다.

연구진은 특히 농사를 짓거나 농장으로 이용한 뒤 버려 둔 숲의 변화를 유심히 관찰했다.

이를 통해 비옥한 토양과 남아 있는 각종 식물과 종자, 그루터기들에서 다시 싹이 터 영양분이 풍부한 유기적 생태계가 조성돼 새 우림이 형성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또한 우림이 원래 모습을 되찾기까지 토양은 평균 10년, 식물계와 동물 다양성은 60년, 생태계 전체로는 120년의 세월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연구진은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20년이면 열대 우림의 숲이 예전 상태의 78%를 복원할 수 있다고 봤다.

푸터 교수는 "이는 엄청나게, 놀랄 만큼 빠른 것"이라며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2차 우림의 가치를 인정하고 이 우림이 자연적으로 재생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는 우림 재생을 위한 식재 활동은 비현실적이라며, 식재된 나무의 30∼50%는 죽고 몇 종류의 나무를 심는 것만으로는 자연의 생물다양성을 복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