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뢰 혐의 외에 사퇴 압박·배임 관여 의혹도…'윗선 연결고리' 지목
수사팀 코로나19 확진·곽상도 영장기각 등 고비마다 변수에 발목
구속심사 앞두고 숨진 유한기…검찰 대장동 '윗선 수사' 또 제동
대장동 개발을 둘러싼 뇌물 등 각종 의혹에 연루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구속 심사를 앞두고 숨진 채 발견됐다.

유 전 본부장을 시작점으로 각종 의혹의 '윗선'을 규명하려던 검찰의 수사는 예상치 못한 변수에 또다시 제동이 걸렸다.

1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오전 경기 고양시 자택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유서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본부장은 화천대유 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등 '대장동 4인방'으로부터 한강유역환경청 로비 명목으로 유 전 본부장에게 2억원의 로비를 받은 혐의를 받는다.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사퇴하는 과정에 개입한 의혹도 있다.

유 전 본부장은 그동안 혐의를 모두 부인해왔다.

검찰은 지난 7일 유 전 본부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를 적용해 전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는 오는 14일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로 돼 있었다.

영장에 뇌물 혐의만을 기재한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의 신병을 확보한 후 '윗선'의 연루 가능성이 있는 다른 의혹들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할 방침이었다.

유 전 본부장은 2015년 황 전 사장에게 사퇴를 종용하면서 '시장님', '정 실장'을 여러 차례 언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정책실장이었던 정진상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다.

이 때문에 유 전 본부장은 성남시 '윗선'의 의중을 파악하고 이를 공사 측에 전달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유 전 본부장은 당시 공사 내에서 영향력도 상당한 인물이었다.

그는 공사의 실질적 일인자라는 뜻이 담긴 '유원'으로 불린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에 이어 이인자라는 의미의 '유투'로 불릴 만큼 실세로 꼽혔다.

대장동 민간사업자 선정 과정에서는 신청서를 낸 컨소시엄들에 대한 평가 때 절대평가로 진행된 1차 평가의 평가위원장을, 상대평가로 진행된 2차 평가의 소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구속심사 앞두고 숨진 유한기…검찰 대장동 '윗선 수사' 또 제동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을 상대로 공사에 영향력을 행사한 성남시 수뇌부와 대장동 사업을 둘러싼 배임 행위의 배후를 밝히는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었지만, 무위로 돌아간 상황이다.

피의자가 검찰 조사를 받은 후 영장 청구를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한 만큼 향후 수사 역시 위축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검찰은 수사팀 출범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 '대장동 4인방' 기소 외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주요 분기점마다 영장이 기각되거나 예상치 못한 변수에 발목이 잡히면서 번번이 스텝이 꼬이는 모양새다.

영장 재청구 끝에 김만배씨의 신병을 확보했던 지난달 초에는 수사팀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조사가 지연됐다.

이후 방역수칙을 어긴 '쪼개기 회식'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수사팀 부장검사가 교체되는 일도 있었다.

대장동 4인방 기소 후 청구한 곽상도 전 국회의원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불리는 로비 의혹 대상자들에 대한 수사 역시 난항을 겪고 있다.

검찰은 "이번 불행한 일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