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NFT가 게임산업의 '만능키' 아닌 까닭
올 하반기 게임업계를 휩쓴 가장 큰 화두는 NFT(대체불가능토큰)다. 위메이드의 NFT 게임 ‘미르4’는 지난 8월 글로벌 출시 후 한 달 만에 서버 사용 대수가 10배 넘게 폭증했다. NFT 게임을 개발한다고 발표한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곧장 상한가로 직행했다. 업계엔 “NFT를 스치기만 해도 대박이 터진다”는 말이 돌았다.

이런 현상에는 ‘게임하면서 돈을 벌 수 있으니 사람들이 게임을 많이 할 것’이란 기대가 깔려 있다. NFT 게임 ‘엑시인피니티’가 실제 그랬다. ‘엑시인피니티’는 NFT인 몬스터로 전투에 승리해 SLP라는 가상화폐를 획득하고, SLP로 다시 NFT 몬스터를 키우는 게임이다. 이용자들은 NFT 몬스터를 팔거나 SLP를 현금화해 돈을 벌 수 있다. ‘엑시인피니티’는 DAU(하루 접속자) 200만 명을 끌어모으며 흥행가도를 달렸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7월 520~580원에 거래되던 SLP 가격이 최근 70~80원 선에 머물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반 가상화폐 가격이 하락하면 ‘돈버는 게임’의 메리트가 떨어지고 이용자들은 급속히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SLP로 키우는 NFT 몬스터 가치 역시 하락이 불가피하다.

게임을 즐기려는 사람보다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이 더 많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이용자의 70%가 시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동남아시아지역 사람들이고, 이 가운데 ‘돈’을 벌려는 이들이 과반을 차지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그러다 보니 현금화를 위해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SLP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반면 몬스터를 키워 게임을 즐기려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적으니 SLP 실수요가 부족해지게 된다. 수요와 공급 법칙이 자연스럽게 SLP 가격을 끌어내린 것이다. ‘엑시인피니티’ 개발사 스카이마비스도 “‘엑시인피니티’ 플레이어들이 SLP를 현지 화폐로 바꾸려 했고 이것이 SLP 토큰 가치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현상황을 짚었다.

‘엑시인피니티’가 처한 상황은 “NFT를 붙이기만 해도 게임이 흥행한다”는 말이 전부가 아님을 일깨워준다. NFT 게임도 게임의 본질인 재미가 우위를 지켜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만 기반 통화와 NFT에 대한 실수요가 지속적으로 생긴다.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은 그다음이다.

게임사들이 앞다퉈 NFT 게임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어떤 게임인지보다 NFT를 붙였다는 데 방점을 찍는 것 같아 걱정이다. ‘게임 본연의 재미’는 게임산업 역사에서 한 번도 바뀌지 않은 절대 경쟁력이다. ‘돌아가는 게 더 빠를 수 있다’는, 우직지계(迂直之計)의 교훈을 한 번쯤 곱씹어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