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과 은총·일리아스 또는 힘의 시 등 3권 출간

프랑스의 지성 시몬 베유(1909~1943)는 독특한 철학자다.

부유한 부르주아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영국의 한 요양원에서 영양실조로 생을 마감했다.

삶의 경로도 복잡했다.

고교 철학 교사를 하면서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원하는 사회주의 운동에 가담했고, 영성 체험을 한 후 종교에 몰두하면서 세속 교회와는 철저히 거리를 두었다.

나치 치하에서는 유대계로 레지스탕스 활동을 했으면서도 유대 역사 및 유대교에 대해 더없이 적대적이었다.

복잡하면서도 독특한 그의 사상은 알베르 카뮈, 앙드레 지드, T.S 엘리엇, 플래너리 오코너, 조르조 아감벤 등 당대 또는 후대 유명 작가와 철학자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현대의 주요 사상가지만 국내에는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던 베유의 대표작이 잇따라 출간됐다.

문학과지성사는 '중력과 은총'(윤진 옮김)을 새롭게 선보였다.

2008년 출간된 책의 개정판이다.

삶을 밑으로 끌어내리는 중력에 맡겨진 인간의 불행과 초자연의 빛인 은총을 통한 구원이라는 기독교적인 내용을 담은 책이다.

출판사 리시올은 '일리아스 또는 힘의 시'(이종영 옮김)를, 출판사 새물결은 '신의 사랑에 관한 무질서한 생각들'(이종영 옮김)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개했다.

'일리아스 또는 힘의 시'는 그리스와 트로이의 전쟁을 그린 고대 서사시 '일리아스'를 힘의 논리로 바라본 철학서다.

저자는 "일리아스의 진짜 주인공, 진짜 주제, 중심은 힘"이라며 "힘은 자신에게 종속된 사람을 사물로 만들어 버린다"고 밝힌다.

힘의 논리는 사람의 영혼을 종속시키며 이렇게 힘에 종속된 사람은 사물로 전락한다는 의미다.

그는 힘을 행사하는 사람이건 힘에 당하는 사람이건 모두 영혼이 파괴된다고 주장한다.

'신의 사랑에 관한 무질서한 생각들'은 신학적인 글과 철학적·정치적인 글 여러 편을 묶은 책이다.

우리가 가짜 신을 믿는 이유는 선(善)과 행복이 불가능한 이 세계에서 헛된 기대를 하고 헛된 희망을 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중력과 은총 258쪽. 1만4천원, 일리아스 또는 힘의 시 124쪽. 1만2천원, 신의 사랑에 관한 무질서한 생각들 190쪽. 1만9천500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