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7일 “2018년 평창, 2021년 도쿄, 2022년 베이징으로 이어지는 이번 올림픽이 동북아와 세계 평화와 번영 및 남북 관계에 기여하기를 희망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우리 정부인사 등의 올림픽 파견 계획 여부와 관련해서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전날 베이징올림픽에 정부 사절단은 보내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 발표했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6일(현지시간)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집단 학살과 반(反)인도적 범죄 등 인권 유린이 계속되고 있다”며 “조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패럴림픽에 어떤 외교 사절이나 공식 대표단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달 18일 바이든 대통령이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지 3주도 지나지 않아 공식화한 것이다. 미국은 외교적 보이콧에 대해 “각 국의 주권적인 결정 사안”이라 했지만 사실상 우회적으로 동맹국들의 참여 압박에 나섰단 분석이 나온다. 사키 대변인은 “우리 결정에 대해 동맹국들한테 알렸고 (보이콧 여부는) 당연히 그들이 결정하게 놔둘 것”이라 했지만,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같은날 “지금 올림픽이 몇 달 남았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로부터 (보이콧 동참)에 대해 들을 것을 기대한다”며 한 발 더 나아갔다. 뉴질랜드는 7일 즉각 베이징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고, 영국·캐나다·호주도 같은 결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취재진의 관련 질의에 “미국으로부터 이번 베이징올림픽과 관련한 결정에 대한 통보는 접수했다”면서도 “(외교적 보이콧) 동참에 대한 요구는 없었다”고 답했다. 특히 미국이 외교적 보이콧의 원인으로 든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의 중국의 인권 탄압 문제에 대해서는 “신장 문제를 포함해 전반적인 인권 상황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도 “베이징올림픽과 연관된 소통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가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에 나서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일 중국 톈진에서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회담하고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돼 제반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을 추진한다는 데 대한 공감대를 재확인했다”며 “그 이전이라도 정상 간 필요한 소통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중 양국은 내년 1월 화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상 정상회담을 가진 다음달 외교적 보이콧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이 보이콧의 이유로 든 신장 위구르 지역의 인권 문제에 대해 정부가 한 번도 명확한 입장을 표하지 않았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국은 전 세계 50여개국이 여러 차례 중국의 신장 위구르 인권 탄압 문제를 제기할 때 한 번도 동참하지 않았다”며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하는 국가의 수가 50여개국 이상이 될 경우 한국의 입지가 매우 좁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1월에 정상회담을 하고 2월에 외교적 보이콧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말이 안 된다”며 “중국은 한국을 약한 고리로 보고 이미 움직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