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시행 후 헌재·대법 판단 대상될 것"…현직판사도 문제 있다는 중대재해법
“이 법은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으로 중대재해를 야기한 경우에는 처벌하면서 위반행위 자체에는 처벌 규정을 두지 않는 독특한 입법이다. 법 시행 이후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판단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내년 1월 27일 시행을 앞둔 중대재해처벌법을 놓고 김용희 울산지방법원 부장판사(사진)가 한 말이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 1일 법무부와 고용노동부가 공동 주최한 ‘중대재해법 시행 대비 공동학술대회’에서 중대재해법의 문제점과 해석상의 문제, 향후 전망 등에 대해 현직 판사로서의 견해를 밝혔다.

그는 우선 중대재해법에 대해 “법 제4조와 제5의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아무런 처벌 규정을 두지 않고 있고, 이를 위반해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만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과실이 아니라) 대부분 ‘고의’로 인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부장판사는 내년 1월 중대재해법이 시행되더라도 안착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세부적인 지침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 위반 여부를 판례법에 맡겨 놓으면 어렵게 만든 중대재해법은 실효적인 행위규범으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예상했다. 즉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수사기관은 모호한 위반 여부 및 인과관계를 파헤치기 위해 광범위한 수사를 벌일 것이고, 검찰은 모호한 사안도 적극적으로 해석해 폭넓게 기소할 것이며, 법원은 형사법의 기본원칙에 따라 최대한 소극적으로 해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형사법은 엄격한 입증책임, 무죄추정원칙이 적용되고 판단이 모호한 경우 피고인의 이익을 우선시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중대재해법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는 불명확성과 관련해 김 부장판사는 대안도 제시했다. 그는 “법령을 만들 때 모든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다소 포괄적이지 못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하나하나 구체적인 기준을 세워가야 한다”고 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